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2.23 19:11 수정 : 2005.12.23 21:52

복제 줄기세포 연구에서 논문 조작까지

2005년 논문위해 “2개로 11개 만들라” 잘못된 선택
‘국민적 영웅’·‘한국최고과학자’에서 조작 주범 추락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을 의도적으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수의대 전임강사에서 ‘한국 최고 과학자 1호’로 승승장구하던 황 교수는 왜 ‘조작’이라는 덫을 스스로 놓았을까?

“1987년 일본 유학 귀국길에 우루과이라운드 소식을 듣고 우량소 복제 연구에 일생을 걸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듬해 ‘몹쓸병’으로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았어요. 투병 뒤 의학적 목적의 인간 배아복제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황 교수는 2000년 8월 체세포 핵이식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했다고 발표하면서, 연구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인간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종교계와 시민단체의 호된 질타를 받았지만, 의학계와 생명과학계에서 황 교수 연구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로 생명과학이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2001년 어느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지하다방에서 황 교수와 ‘시험관 아기 시술분야 대부’인 문신용 서울대 의대 교수, ‘불임 분야 전문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세 사람은 “인간 배아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연구가 절실하다”며 ‘도원 결의’를 했다.

이후 미즈메디 쪽의 윤현수 박사(현 한양대 교수)와 한양대 황윤영 학장·황정혜 교수, 박기영 순천대 교수(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 등이 ‘황우석 사단’에 합류했다. 수의대 실험실에서는 강성근·이병천 교수 등 수의대팀과 박종혁·김선종 연구원 등 미즈메디팀이 휴일도 없이 연구에 몰두했다. ㅂ아무개 연구원은 노 이사장이 제공하는 난자를 이른바 ‘젓가락’ 기술로 체세포 핵이식을 통한 복제 배아를 만들어내고, 박종혁 연구원은 이를 줄기세포로 배양하는 연구를 담당했다.

2003년 봄 기다리던 줄기세포주가 수립됐다. 수백 개의 난자로 실험한 끝에 얻은 귀중한 결과였다. 그러나 연구에 쓰인 체세포는 난자에서 떼어낸 세포였다. 연구팀은 어렵사리 난자 주인을 찾아야 했고, 혈액에서 얻은 체세포와 줄기세포의 디엔에이 검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장성지소에 맡겼다. 결과는 일치였다. 세계 최초의 체세포 핵이식 인간 배아 줄기세포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 생명공학계는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그 중심에 황 교수가 있었다.

2004년 가을 연구팀은 새로운 연구에 들어갔다. 목표는 2004년 연구의 재현, 환자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배양, 효율의 극대화였다. 박 연구원과 ㅂ 연구원이 미국에 가 핵심인력이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ㅂ 연구원의 기술은 다른 연구원들에게 전수돼 있었고, 박 연구원과 함께 일했던 김선종 연구원이 남아 있었다.

황 교수의 주장대로면, 2004년 가을 6개의 줄기세포주가 수립될 정도로 연구는 순조로웠다. 그러나 2005년 1월 오염사고로 줄기세포주가 전멸했다. 2월께 냉동한 세포덩어리로 2·3번 줄기세포주가 다시 수립됐다. 김 연구원의 공이었다. 당시 황 교수 연구는 이미 국가적 사업으로 떠오른 상태였다. “11개로 (논문을) 만들어라” 황 교수는 ‘모험’을 시작했다. 논문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이후 9개의 줄기세포주를 추가로 수립했다고 황 교수는 주장했다.


그러나 ‘과학적 부정 행위’는 언론에 제보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황 교수는 22일 “줄기세포들이 미즈메디 것으로 바꿔치기됐다”고 주장하며 김 연구원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논문 작성의 토대가 됐던 2·3번 줄기세포들도 가짜로 드러났다. 23일 서울대 조사위는 “논문이 의도적으로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조사위가 디엔에이 검사를 맡긴 모든 줄기세포들이 미즈메디 것으로 밝혀진다면 ‘모험’이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 시작됐는지를 놓고 또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서울대학교 조사위가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조작되었다고 중간 발표를 한 23일 오후 성상철 서울대병원장을 비롯한 세계줄기세포허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