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서 ‘곡예운전’… 대형사고 날뻔 조사위, 김씨 입국 사전통보받고 “오늘밤 조사 안한다” 연막까지
24일 밤 입국한 김선종 미국 피츠버그 의대 연구원을 비밀리에 조사하기 위해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펼친 `작전'은 한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김 연구원은 이날 오후 10시13분께 인천공항에서 서울대 조사위가 보낸 차량을 타고 공항 경찰 100여명과 서울대 측이 고용한 것으로 알려진 사설 경호원 6명의 호위를 받으며 취재진을 뒤로 한 채 빠져나왔다. 김 연구원을 태운 승합차는 경호 차량에 둘러싸여 빠른 속도로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타고 서해안고속도로로 바꿔탔다. 취재차량 몇 대가 뒤쫓자 이를 따돌리기 위해 김 연구원이 탄 차는 방향 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급히 차선을 수차례 바꿨고 이후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 방면으로 간 뒤 판교에서 경부고속도로로 합류했다. 교묘하고 치밀한 `김선종 빼돌리기'에 추격하던 취재차량은 판교 IC(인터체인지)에서 결국 놓쳐 버렸고 김씨가 탄 차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고속도로에선 다른 경호차량이 취재차량 앞으로 끼어들어 하마터면 대형사고가 날뻔 하기도 했다. 김씨가 탄 차는 다시 서울로 올라와 서울대 관악캠퍼스 모 건물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사위원들과 합류해 밤 12시부터 25일 오전 6시까지 밤샘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조사를 받은 뒤 수도권 모처로 향해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취재진을 뿌리치기 위한 `곡예 운전'은 그렇다손쳐도 서울대 조사위가 거짓말(?)까지 한 것은 심한 게 아니냐는 지적들이다. 조사위 관계자는 24일 밤 자신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에게 "오늘은 김선종 연구원을 조사하지 않는다. 조사는 천천히 하겠다"고 말했던 것. 앞서 다른 관계자도 "오늘, 내일은 크리스마스 시즌인데 조사를 할 리가 없다. 푹 쉬고 월요일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연막까지 쳤다. 그러나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김 연구원이 입국하기 전 조사위가 입국 사실을 통보받고 별도의 조사장소까지 물색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서울대가 `김선종 따돌리기'를 위해 고용한 것으로 알려진 경호 업체직원들과 경찰의 지나친 과잉 경호로 취재진과 심한 마찰이 일기도 했다. 사진을 찍으려던 촬영 기자들과 경호원들이 `멱살잡이'까지 가는 승강이가 일어 취재기자단 일부는 서울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인천공항경찰대 관계자는 "경찰력을 배치하라는 상부의 지시는 없었고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질서유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자체 판단하에 배치했다"며 "열띤 취재경쟁에 따른 돌발상황을 막다보니 물리적인 마찰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 연구원이 뭐 대단한 인물이라고 그렇게까지 과잉경호하는가"등의 비난글을 올리기도 했다. 홍제성 기자 jsa@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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