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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7 19:21 수정 : 2005.12.30 18:37

“냉동 5개세포, 환자 체세포와 일치” 주장 제기 줄기세포주이면서 체세포와 DNA 같아야 인정 내부세포덩어리라면 특허출원 실효성 없어


황우석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 기술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황 교수는 23일 서울대 조사위의 중간 조사 결과 발표 뒤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는 대한민국 기술이고, 국민 여러분이 언젠가는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황 교수가 잘못은 했지만 기술은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27일에는 <연합뉴스>가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디엔에이(DNA) 검사 결과 황 교수팀이 냉동보관 뒤 해동하고 있다고 밝힌 5개 세포 시료와 환자 체세포가 일치한 것으로 나왔다”고 보도하면서 사람들의 기대감을 자극했다.


서울대 조사위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5개의 세포 시료를 포함해 냉동보관 중인 시료 9개, 배양 중인 세포 시료 9개, 환자의 체세포 13종, 테라토마 3종, 스너피 체세포 3종에 대한 디엔에이 검증을 외부기관 3곳에 맡겼다고 밝힌 바 있다.

원천 기술 존재 여부는, 우선 서울대 조사팀이 맡긴 세포 시료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갈린다. 줄기세포 수립 단계는 크게 ‘핵이식에 의한 체세포 복제 단계→세포 분열을 통한 배반포 단계로 배양→분리한 내부세포 덩어리로 줄기세포 집합체 배양→줄기세포 집합체에서 줄기세포주 수립’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만약 세포 시료가 배반포 단계에서 분리한 내부세포 덩어리로 1차 배양한 줄기세포 집합체라면, 이는 황 교수팀이 논문에서 수립했다고 주장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라고 볼 수 없다. 이는 환자의 난치병을 치유할 줄기세포를 만들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경우 계속 배양을 진행해 줄기세포주를 형성할 수 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 배양 기술은 황 교수팀 독자 기술이 아니다. 서울대가 이를 검증하려면 배양을 피조사자 신분인 황 교수팀에 맡길 것인지, 제3기관에 의뢰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시료가 이미 배양된 줄기세포주라면 황 교수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황 교수는 이미 보유하고 있던 줄기세포주가 모두 미즈메디병원 것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 바 있어 가능성이 희박하다.

줄기세포주를 수립하지 못했다면, 황 교수팀이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한 것을 원천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의 원천 기술은 정보통신이나 기계 분야와는 달리 특허로만 인정받을 수 있다. 퀄컴이 가지고 있는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기술 등과는 다르다. 가령 황 교수팀이 체세포 핵이식 방식의 특허를 받았다 해도, 다른 연구팀이 약간의 과정을 변형한 기술로 특허를 출원했을 경우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생명공학 기술에는 ‘원천’이라는 용어를 쓰기가 적합하지 않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이미 황 교수팀은 ‘체세포 복제 방식에 의한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 수립’을 내용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논문이 조작되고, 특허 출원의 근거가 된 줄기세포주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특허 출원의 실효성은 사라졌다. 더욱이 황 교수팀의 2004년 연구성과는 특허협력조약(PCT)에 의한 국제 특허만 출원돼 있다. 사실상 국내 출원은 신청이 되지 않은 상태다.

마지막으로 세포 시료가 단순한 체세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대 조사위는 “2·3번 배아 줄기세포를 제외하고 나머지 9개 줄기세포의 디엔에이 검사는 동일한 체세포 시료가 든 2개의 튜브가 제공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체세포 시료인지는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가 환자 체세포의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와 다르게 나와야 난자에 핵이식을 한 복제 줄기세포임이 증명된다.

무한정 배양되는 세포 생겨야 줄기세포주 수립 인정

배아줄기세포 만드는 과정은

배아줄기세포 전구체(오른쪽 둥근 부분)가 4일째 된 배아를 둘러싼 단백질 막을 찢으면서 밖으로 삐져나오고 있다. 이 세포들을 채취·배양하면 배아줄기세포로 수립할 수 있다.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핵치환을 통한 배아복제에서 시작해 세포 배양, 줄기세포주 수립, 줄기세포의 분화 능력 확인 등 절차를 거쳐 최종 확인된다.

먼저 난자에서 핵을 빼내고, 그 자리에 환자 체세포(보통 피부세포)의 핵을 분리해 집어넣고, 적당한 화학처리와 전기충격을 가하면 마치 수정란처럼 분열할 수 있는 배아 상태가 된다. 이것이 2세포기, 4세포기, 8세포기 등 2의 배수로 분열해 5~6일 뒤 무수한 세포덩어리인 배반포 단계가 된다.

여기서 세포를 분리해 배양접시에 넣고 배양한 것이 1차 배양이다. 이들 세포는 배양용기에서 계속 키우면 스스로 노화해 죽어버리므로 계속 배양하려면 주기적으로 다시 세포를 준비해야 한다. 5~7일 동안 자란 세포를 일부 떼어내 다른 배양용기에 옮겨 다시 키우면 2차 배양이라 하고, 이를 계속 반복하는 것이 계대배양이다.

한번의 계대배양 기간을 ‘패시지’라 하며, 황 교수팀의 논문 표에 나오는 P-50이라는 표시는 50×6일=300일 동안 배양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자들은 보통 각 패시지마다 최대한 많은 세포덩어리(스톡)를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에 담가 보관한다.

일반적으로 세포들은 계대배양을 계속하면 어느 단계에 이르러 더 증식하지 않고 ‘노쇠’ 현상이 일어나 죽어버린다. 그러나 배양 과정에 세포 중 돌연변이가 나타나 일부 세포의 성질이 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가운데 무한정 계대배양할 수 있는 세포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세포를 세포주(셀 라인)이라고 부른다. 이에 따라 줄기세포주가 사람 몸에서 악성 종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줄기세포에 의한 난치병 치료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황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은 한 여성의 난자에 그 여성 체세포 핵을 집어넣어 이런 세포주까지 배양에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2005년 논문은 한발 더 나아가 여성의 난자에 본인의 체세포가 아닌 다른 환자의 체세포 핵을 넣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냉동보관 중인 5개의 세포 시료를 녹여 줄기세포임을 증명해보이겠다고 주장했다. 또 “줄기세포가 수립된 첫단계, 곧 제1계대에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미즈메디 줄기세포 것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 시료가 줄기세포주였다면 해동 및 재배양 단계만 거쳐 쉽게 되돌릴 수 있는데 황 교수팀은 그동안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 이런 정황은 이 시료들이 1차나 2~5차 계대 정도의 세포 상태로, 이 ‘줄기세포’는 ‘줄기세포주’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세포 만드는 ‘원천재료’, 줄기세포란

우리 몸은 210여 종류의 다양한 세포로 구성돼 있다. 이들 세포는 생명체처럼 독립된 수명이 있어 끊임 없이 죽고 대신 새로운 세포로 채워진다. 성인의 경우 하루 수억 개의 혈구세포가 사라진다. 하지만 골수에서 새로운 혈구세포가 생성돼 채워진다. 이런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 질병에 걸리거나 목숨을 잃는다.

이렇듯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원천 재료’가 줄기세포다. 최초의 줄기세포는 수정란에서 생기는 배아줄기세포다. 수정란은 2조 개의 세포로 분열해 한 개체인 아기로 자라난다. 배아줄기세포는 몸을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한다. 만능세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아기로 만들어진 뒤에도 사람 몸 속에는 미량의 줄기세포가 존재해 늙어 죽는 세포를 대체한다. 이를 성체줄기세포라 한다. 골수세포는 혈구세포로, 피부줄기세포는 피부로, 후각신경줄기세포는 후각세포로만 분화되도록 운명(프로그래밍)이 정해져 있다.

골수에서 채취한 혈액에 혈구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어느 세포가 줄기세포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골수세포가 혈구세포 외에 신경·근육·뼈 등으로도 분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다양한 질병 치료에 쓰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또 탯줄에서 나오는 피인 제대혈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늙지 않는 세포이기 때문에 한 개의 줄기세포주로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세계 각국이 배아줄기세포연구에 관심을 쏟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 연구는 필연적으로 난자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윤리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제임스 톰슨 교수가 1998년 10월 최초로 배양한 인간배아줄기세포는 지금까지도 노화하지 않고 자라고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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