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포와 줄기세포는 분명히 달라
황우석 교수는 논문 고의 조작 사실이 드러나 교수직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대한민국의 기술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반드시 이를 확인하실 겁니다"라며 끝까지 `기술 보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황 교수가 말하는 `기술'의 존재 유무를 둘러싸고 아직도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일반 사람들은 황 교수가 기술을 갖고 있다면 언제든지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논문 데이터를 조작한, 과학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자살행위 조차 눈감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대한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하지만 황 교수가 주장하는 독자 기술의 실체가 불분명해 그의 기술 보유 주장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생명과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황 교수팀의 기술은 황 교수팀의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서울대 연구팀과 미즈메디병원 실험팀의 분업형태로 진행됐다.일반적으로 줄기세포를 수립하는 과정은 핵이식에 의한 체세포 복제 단계→세포 분열을 통한 배반포 단계로 배양→분리한 내부세포덩어리로 줄기세포 집합체(콜로니) 배양→줄기세포 집합체에서 줄기세포주 수립→줄기세포주의 동결보전 및 관리→줄기세포 검증(테라토마 검사 통한 기형종 형성 여부분석, DNA검사, 조직적합성 검사) 등으로 이뤄진다. 서울대 연구팀은 이 중에서 주로 앞의 두 단계를 맡았다. 서울대 연구팀은 환자 체세포의 핵을 핵을 빼낸 난자에 주입해 적당한 화학처리와 전기충격을 가해 마치 수정란 처럼 분열할 수 있는 복제배아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체세포 복제배아는 2세포기, 4세포기, 8세포기 등 2배수로 분열해 5∼6일 뒤 무수한 세포덩어리인 배반포 단계가 된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연구팀은 난자의 핵을 제거할 때 이른바 '젓가락 기술'을 이용한 '미세조작'으로 핵의 손상을 최소화시켜 성공률을 높였다고 말한다. 뒤의 대부분의 단계는 미즈메디병원의 몫이었다. 김선종 연구원은 내부 세포덩어리에서 분리한 3∼4개의 세포를 5∼7일 마다 한번씩 다른 배양접시에 옮겨 다시 키우는 방식으로 반복해서 계대배양해 '줄기세포주'(셀 라인)로 확립하는데 힘썼다. ◇배반포와 줄기세포주는 달라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배반포와 줄기세포주는 분명히 다르다. 황 교수가 말하는 줄기세포 배양 기술은 아마도 배반포 단계의 복제배아 세포덩어리를 만드는 기술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서도 확인된 기술이다. 당시 황 교수는 242개의 난자를 사용해 31개의 배반포 복제배아를 만들고 여기에서 세계 최초로 1개의 인간배아줄기세포를 확립했다고 발표했었다. 배반포 복제배아를 만드는 기술은 이미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배반포 복제배아의 세포덩어리를 줄기세포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늙지 않고 무한 증식하는 능력과 인체의 모든 조직이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배아줄기세포는 배반포의 내부 세포덩어리에서 세포를 분리해 배양했을 때 이런 두가지 성질을 최소한 6개월 이상 유지할 때 붙여주는 이름이다. 줄기세포주를 확립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해동해 검사중인 5개 세포 시료 단계 따라 `기술 보유' 여부 갈려 황 교수는 언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초기 단계에 냉동보관했다가 현재 해동 한 5개의 세포 시료를 검사하면 자신의 기술 보유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5개 세포의 시료가 어떤 상태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어 황 교수의 주장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의 확신대로 이 세포 시료가 이미 배양된 줄기세포주라면 황 교수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배반포 단계이거나 혹은 내부세포덩어리로 1차 배양한 줄기세포 집합체라면 황 교수팀이 논문에서 수립했다고 주장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라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줄기세포 수립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 소리마당의 한 연구자는 "줄기세포는 배반포가 아니라 줄기세포주이다"며 "제대로 된 줄기세포주 하나 없이, 배반포를 만들어 가지고 원천기술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자는 "지금 해동한 5개의 초기세포가 과연 언제 얼렸는지 모르겠지만, 황 교수는 논문에 대한 진위 논란이 한참 벌어지는 동안에도 계속 냉동보관한 채 스스로 제대로 된 줄기세포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다"며 "이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한기 기자 sh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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