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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9 12:31 수정 : 2005.12.29 15:20

서울대 조사위 기자간담회. 29일 관악구 서울대학교 본관에서 열린 서울대조사위 기자간담회에서 노정혜 서울대학교 연구처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최재구/사회/과학/2005.12.29 (서울=연합뉴스)

연구진 11월까지 왜 `바꿔치기' 몰랐나…의문점 많아

황우석 교수가 갖고 있는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주가 모두 미즈메디 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인 것으로 29일 확인됨에 따라 황 교수팀이 주장하고 있는 줄기세포 `바꿔치기'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바꿔치기 논란은 황교수팀의 주장대로 김선종 연구원과 제3의 인물들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미즈메디 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를 했는 지와 아니면 `바꿔치기' 자체가 황 교수팀의 `자작극'이었는 지로 크게 압축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대 노정혜 연구처장은 "(줄기세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할 과학적 데이터도 황 교수팀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서울대 조사위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는 `바꿔치기를 당할' 줄기세포가 황교수팀에 처음부터 없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황 교수측의 `바꿔치기' 주장을 둘러싸고 과학계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과 의문점을 정리해 본다.

◇ 윤현수 교수 "바꿔치기는 자작극" = 황 교수측은 22일 김선종 연구원 등을 `범인'으로 지목한 검찰 수사 요청서에서 김 연구원이 미즈메디 세포를 초기 배양을 준비 중이던 황 교수팀의 세포덩어리와 뒤섞어 진짜 세포를 가짜 미즈메디 세포로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했다. 황교수 팀의 이같은 정황 설명은 엄밀한 의미에서 `바꿔치기'라기보다는 `끼워넣기' 내지는 `섞어넣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윤현수 한양대 의대 교수는 28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 연구원들이 배양훈련을 위해 4∼5개월씩 미즈메디 병원에 있어 이 과정에서 미즈메디 세포가 비공식적인 경로로 황 교수팀에 유입됐을 수 있다"며 "김 연구원 모르게 황 교수팀의 누군가가 미즈메디 병원의 줄기세포로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자작극' 가능성을 제기했다.

윤 교수는 "미즈메디 줄기세포들은 6개월마다 DNA 검사를 통해 진위 상태를 점검하며 이런 바꿔치기 주장은 평소 DNA검사 등의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는 연구팀에서 나올 말"이라며 황 교수팀을 비난했다.

황 교수측을 대변해 검찰 수사를 요청한 문형식 변호사는 "황 교수팀 내부 조사 결과 초기 배양 단계에서 누군가 바꿔치기 하지 않고서는 세포가 미즈메디 것으로 바뀐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모든 진상은 검찰 조사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울대 조사위가 최종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1월 초 이후 수사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 황 교수 등은 왜 `바꿔치기' 몰랐나 = 매일 아침 연구원들과 함께 세포 상태를 확인했다는 황 교수팀이 왜 세포가 뒤바뀐 것을 바로 눈치 못 챘는 지가 일단 수수께끼다. 이미 수립된 수정란 줄기세포는 증식 속도가 굉장히 빨라 천천히 자라는 황 교수팀의 세포덩어리와는 현미경으로도 쉽게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즈메디 줄기세포는 수천개의 세포가 모인 `콜로니' 상태로 20여개의 세포로 구성된 황 교수팀 세포덩어리와는 구조가 전혀 다르다. 세포 상태를 정기적으로 체크한다면 초기 배양 상태에서 금방 `바꿔치기'를 적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측은 "세포덩어리를 미즈메디 세포로 바꿔치기 당한 뒤 이것을 진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로 생각하고 계속 배양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왜 눈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문제를 11월18일이 되기까지 전혀 몰랐는지 진상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 줄기세포 관리 제대로 했나 = 황 교수팀이 보관 중이던 줄기세포주를 제대로 관리했는 지도 의문이다.

줄기세포 연구팀은 대다수 자신들의 줄기세포주에 일련 번호를 매긴 뒤 평균 6개월마다 정기 DNA검사를 해 세포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다. 각 세포주가 핵심 연구 성과인 만큼 보관 및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황 교수팀은 이 정기 DNA검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일 DNA검사가 있었다면 초기 배양때부터 지난달까지의 기간에 세포가 뒤바뀐 것을 몰랐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줄기세포주 11개 중 8개만 연구실에 냉동 보관돼 있었다는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도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보통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줄기세포를 쪼개 증식시키는 계대 배양 단계마다 세포 일부를 떼어내 예비용으로 동결보존한다. 미즈메디 세포를 진짜로 착각하고 지난달까지 배양했더라도 11개 세포주 모두가 냉동 상태로 남아있어야 정상인데 8개 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 교수팀을 취재한 MBC PD수첩팀의 한 관계자는 "황 교수는 인터뷰 당시 각 줄기세포의 수립(establishment) 시기도 잘 기억 못하는 등 논문 제 1저자 치고 (세포들의) 상황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 바꿔치기 확인 후 바로 전체 검사 안해 = 황 교수팀은 PD수첩 측에 줄기세포시료 5개를 넘긴 뒤 11월 18일에야 자신들이 보관하던 세포주가 논문의 DNA 데이터와 불일치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미즈메디 병원 출신의 윤현수 교수를 통해 PD수첩에 넘긴 시료를 포함한 6개 세포주가 미즈메디 세포임을 확인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황 교수팀은 보관 중인 줄기세포주를 모두 다 검증해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는 12월16일 기자 회견에서 "(6개 세포가 바뀌었고) 초기 동결한 5개 줄기세포는 재검증을 위해 해동하고 있어 10여일 이내에 DNA 지문이 확인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대 연구성과인 줄기세포를 잃어버린 `비상' 상황에서 황 교수팀이 전체 세포 검사를 지나치게 늦쳐 온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또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 김선종 연구원, `바꿔치기'할 동기 있나 = 김선종 연구원이 왜 황 교수 연구실에서 배양세포를 미즈메디의 것으로 둔갑시켰는 지도 의혹을 불러오는 대목이다.

서울대 소속 연구원도 아니었던 그가 외부인의 불편한 처지를 무릅쓰고 당시 연구실에서 세포 대체를 감행할 만한 동기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도 "서울대 연구실을 출입하는 ID카드도 없었고 작업 때는 항상 황 교수측 연구원과 함께 동행했다"며 "황 교수팀의 셀(세포)을 가져간다고 해서 내게 돌아오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측은 김 연구원이 ▲복제배아에서 떼낸 세포덩어리의 배양을 맡았다는 점 ▲배양 용기를 직접 미즈메디에서 가져왔다는 점 ▲가짜 세포가 미즈메디에서 공개를 안 한 세포인 점 이외에는 그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태균 기자 ta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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