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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3 14:26 수정 : 2006.01.03 15:26

칩거 11일만에 처음으로 심경을 토로했다고 밝힌 〈조선일보〉 12월6일치 1면 PDF파일.

황교수, 논문의혹 때마다 말바꾸기 해명 거듭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조작에 이어 2004년 논문도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태도는 굳건하다.

서울대 조사위가 공식적으로 황 교수의 논문이 조작이었음을 밝혀내고, “줄기세포는 물론, 줄기세포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아무런 과학적 데이터가 없다”고 발표한 뒤에도 황 교수는 여전히 당당했다. 황 교수는 국민에게 사과를 하며 “지금부터 서울대 교수직을 사퇴한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그의 태도는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자신의 연구를 홍보하던 때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국내외의 과학계가 과학 사상 최대 사기극의 하나로 꼽는 스캔들의 당사자가 논문 조작에 대해 사죄하기보다, ‘원천기술’을 강조하며 “6개월 정도면 원천기술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으로 하여금 전문가 집단에서 학자로서 사실상 ‘퇴출’이 이뤄진 당사자로 하여금 ‘권토중래’를 시도하게 하고 있는가?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줄기세포가 없던 상태에서 의도적 조작으로 이뤄진 ‘사기극’이라면 그 조작이 드러난 이후의 사건 전개는 눈부신 ‘언론플레이’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고비마다, 사실상의 ‘퇴출’ 위기마다 황 교수는 언론을 이용해 되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황 교수의 대언론 ‘작전’은 먹혀들고 있다.


황 교수는 최근 줄기세포 바꿔치기 논란과 관련해 “검찰도 (배아줄기세포) 수사에 관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음으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며칠 안에 사건의 개요는 분명히 파악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고 지난달 30일 <법보신문>은 전했다. 법보신문은 황 교수는 “원천기술은 확실히 존재하며, 반드시 밝혀 보이겠다. 그런데 처음부터 새로이 시작해야 하므로 시간은 6개월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 교수는 “해외에서는 복제배반포 기술을 보유한 것만 해도 대단한 기술을 가진 과학자로서의 예우를 받는다. 그럼에도 ‘사기꾼’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황 교수는 검찰의 수사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마지막 상황에서까지 자신의 떳떳함을 강변하고 있다. 황 교수는 그동안 자신이 국민과 언론에 했던 ‘거짓 해명’을 모두 잊은 것일까? 황 교수가 그동안 언론에 했던 ‘말’과 ‘행동’을 살펴본다.

황 교수의 잇단 말바꾸기…의혹 제기 때마다 “전혀 사실 아니다”

황 교수는 그동안 잇단 기자회견에서 여러 번 태도를 바꿨다. <문화방송> ‘피디수첩’ 논란이 있었을 당시부터 황 교수는 언론에 여러 차례 발언을 번복했다. 황 교수는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전면부인으로 일관하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해명에 급급했다. 황 교수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연구용 난자 매매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가 결별선언을 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연구 진행 과정에서 국제적 윤리 가이드라인을 지켰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황 교수는 섀튼 교수의 결별선언이 있은 뒤 보름도 지나지 않아 기자회견을 열어 난자 공여자에게 일부 보상금 지급이 이뤄졌고, 여자 연구원 2명의 난자 제공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의 난자 제공도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황 박사의 해명과 달리 연구원의 난자 제공도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라는 것이 난자를 제공한 여성 연구원이 친구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황 교수 서울대병원 입원 수면장애와 극심한 피로, 스트레스로 인한 탈진으로 건강이 악화돼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황우석 교수가 7일 오전 병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사실 드러나면 “사소한 실수가 있었으나, 정정 요청했다”며 물타기

황 교수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사진조작 의혹이 제기됐을 때 “논문에 일부 사소한 오류가 있었지만 정정을 요청한 상태고, 다른 어떤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조작’을 지시한 사람으로 황 교수가 지목됐다. 그러나 황 교수는 해명 대신 곧바로 칩거에 들어갔다. 황 교수가 다시 언론에 모습을 보인 것은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기 전인 지난해 12월6일치 <조선일보>를 통해서다. 칩거에 들어간 지 11일 만의 일이었다.

황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왜 과학에 (비과학적인) 다른 요소들이 관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과학에는 과학의 길이 따로 있습니다. 과학의 프로세스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 과학의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고 말했다. 보도가 나간 다음 황 교수는 초췌한 모습으로 서울대병원에 누워 있는 모습을 모든 언론에 공개했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은 없었고, 언론은 “연구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보도를 잇따라 내보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언론도 “줄기세포가 있다”는 황 교수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가능성을 제기하는 일부 언론을 비난했다. 이어 병원 입원 일주일 만에 퇴원한 황 교수는 지난달 12일 충남 홍성농장을 방문해 직접 무균돼지 체세포 복제란 이식수술을 보여주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했다. 언론 보도에서는 연구에 자신감을 보였다는 설명도 빠지지 않았다.

복제란 이식실험 중인 황우석 교수 서울대병원을 퇴원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12일 오후 충남 홍성의 한 돼지 농장에서 무균돼지 체세포 복제란 이식실험을 하고 있다. (홍성=연합뉴스)

노성일 폭탄선언 있자 “줄기세포가 바꿔치기됐다. 수사요청한다”며 역공
조작 드러나자 “1개면 어떻고 3개면 또 어떻냐.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데.”

2005년 논문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정황적 근거가 잇따르는 상황에서도 황 교수는 “줄기세포 11개 모두 존재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줄기세포가 현재 없다”는 폭탄선언이 있고 난 뒤에서야 지난해 12월16일 기자회견을 열어 “1개면 어떻고 3개면 또 어떻냐.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누군가 줄기세포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황 교수가 “줄기세포 11개 모두 존재한다”는 기자회견의 내용이 거짓임이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황 교수는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2005년 논문이 조작됐다는 중간발표를 한 뒤에도 “원천기술을 반드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대 조사위는 ‘줄기세포가 있었다는 과학적 데이터가 없다’고 황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 교수는 연구용 난자 매매, 논문 사진조작, 2005년 논문 조작 등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국민은 물론이고 언론 앞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황 박사가 세계를 낚았다”고 말한다.

황 교수의 각별한 ‘언론’ 노하우
2001년 방송사 카메라 위해
복제돼지 서울로 이동시키다 죽기도

과학기술부 출입기자들에게는 황 교수 연구에 얽힌 몇 가지 얘기들이 있다. 취재기자들은 “그가 연구실적을 낼 당시에는 의심하지 았던 사안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당시의 연구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전한 사연은 이랬다.

2001년께 황 교수는 형질 전환 복제돼지를 생산했다는 소식을 기자들에게 전했다. 과학기술부는 브리핑 자리까지 마련했다. 그날 황 교수는 보도자료도 냈다. 그런데 황 교수는 기자회견장에 와서 복제돼지가 죽었다고 말했다. 보통 방송사들은 그런 일이 있으면 하루 정도 미리 찍는데, (황 교수는) “방송사들이 찍기 쉽지 않은 장소이니 서울로 가져올 수 없겠느냐고 해서 서울로 복제돼지를 데려오는 중에 잘못해서 죽었다”고 말했다. “복제돼지를 옮겨달라”는 부탁은 방송사가 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만약 방송사에서 요구한다 하더라도 이동 중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 처음부터 옮겨서는 안되는 일이다. 그러나 황 박사는 그 정도로 언론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앞서 2000년 8월께에는 사람 배아줄기세포를 체세포 복제방식으로 성공했다는 연락을 받아, 언론들은 배아줄기세포를 팔세포기까지 키웠다고 보도를 했다. 보도 뒤, “팔세포기(세 번의 세포분열)라면 최초가 아니”라는 다른 학자의 반론을 받고 황 교수에게 연락하니 그가 “배반포(세포분열이 멈추고 각각의 세포가 분화되기 전단계)까지 성공했다”고 말해 다음날치 신문에 그렇게 보도했다. 인간복제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있는 연구이기 때문에 윤리적인 비난이 있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은 지금 돌아보면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과학자답지 못한 행동…과학적 반박 대신 ‘언론’ 활용해 대중적 정서에 호소

과학자가 연구 결과를 조작해 논문을 작성한 사실은 상식적인 학계라면 용납이 되지 않는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의와 같은 전문가 집단에서도 2005년 논문이 조작됐다고 인정했음에도 황 박사는 여전히 ‘원천기술’을 들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며 학자적 정직성을 요구받을 때는 ‘거짓해명’과 ‘침묵’으로 일관하다, 거짓말이 드러나면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있다. 분명한 것은 황 교수가 이른바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2005년 논문조작, 난자 매매 등의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황 교수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과학자답게 연구 결과를 정직하게 언론에 설명했어야 하지만, 그 때마다 언론을 이용한 거짓 해명과 자기 주장 알리기에만 집중했다. 황 교수가 언론을 각별하게 인식하고 활용한 태도는 진실을 알리기 위한 게 아니라 과장되거나 거짓된 정보를 흘려 국민과 여론을 기망한 저열한 정치인의 언론플레이를 닮았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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