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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세밑새해 감정 들쭉날쭉 우리집 아이 혹시 우울증? |
연말연시에는 가족·친지들을 비롯해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거나 그들과 함께 정겨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별로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들이다.
청소년 우울증은 성인 우울증과 증상이 많이 다르다. 때문에 잘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가기 일쑤지만 실상은 매우 심각하다. 2000년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에서 경기도 부천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남학생의 34.3%, 여학생의 47.5%가 우울 증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며칠 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의 자료는 더욱 충격적이다. 서울 청소년 10명 가운데 6명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청소년 우울증은 가정불화, 성적부진, 능력의 한계에 따른 자괴감, 또래집단에 어울리지 못하는 소외감 등이 주요 원인이다. 연말연시에 청소년들의 탈선행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청소년 우울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사람들이 친밀하게 어울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우울증 청소년들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한층 더 우울해지고, 이를 탈선행위로 나타내기 쉽다.
2002년 미국의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조사대상 청소년 가운데 54%가 연말에 슬프고 우울해진다고 답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은 우울증이 없는 청소년에 비해 음주나 마약, 무절제한 성행위 등 충동적인 행동을 할 위험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전형적인 우울 증상 대신 비행이나 탈선행동 등으로 나타나 청소년 우울증을 ‘가면성 우울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울증이 있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와 관찰이 필요하다. 갑작스런 감정변화, 수면습관이나 식성의 변화, 집중력이나 학업성적의 떨어짐 등은 우울증이 심해질 때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징후들이다. 매사에 부정적이거나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에도 우울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을 관심 깊게 지켜보다 이상이 보이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전문가의 상담보다도 효과적인 처방은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이다. 아이가 돌발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질책하고 화내기보다 고민하는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외로워하지는 않는지 살펴 보고 대화와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www.enh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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