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되는 황우석 지지. 황우석교수 지지자들이 황 교수연구 결과 최종 결과를 발표하는 10일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황교수를 지지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srbaek@yna.co.kr
|
[분석] 황 교수가 던진 ‘구명줄’ “줄기세포 바꿔치기”는 가능한가
"줄기세포 바꿔치기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황우석 교수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줄기세포 없이 의도적으로 조작되었다는 의혹과 조사위의 중간발표에 대해 “줄기세포가 바꿔치기되었다”고 주장해왔다. 황 교수는 “누군가에 의해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가 서울대 연구실의 줄기세포와 바꿔치기됐다”며 “이는 미즈메디병원 연구실과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을 모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에 의해 이뤄졌을 것이란 의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이에 따라 김선종 연구원과 성명불상 1인에 대해 ‘줄기세포 바꿔치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이러한 황 교수의 바꿔치기 주장에 대해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윤현수 한양대 교수, 김선종 연구원 등은 모두 “바꿔치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히거나 “황 교수가 미즈메디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자작극”이라고 반박했다. 황 교수 “바꿔치기 분명…김선종 연구원외 성명불상 1인 검찰 고소”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상당수 사람들은 미즈메디병원에 의해 줄기세포가 바꿔치기 되었다는 황 교수 주장을 믿고 되풀이했다. 일부 누리꾼은 노성일 윤현수 김선종 모두 미즈메디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미즈메디쪽에 의해 줄기세포가 바꿔치기된 것이 확실시된다고 주장했다.과연 줄기세포는 바꿔치기되었을까? 이에 대해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판단은 명확하다. “줄기세포 바꿔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10일 조사위의 최종발표 내용이다. 서울대 조사위원회 정명희 위원장은 최종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줄기세포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바꿔치기가 가능하냐”"고 ‘바꿔치기’를 주장하는 황우석 교수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처음부터 줄기세포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줄기세포가 존재했다는 과학적 증거가 전혀 없는데, ‘바꿔치기’라는 말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이 때문에 “재현을 위해 6개월의 시간을 달라”는 황 교수의 주장은 조사위에서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다. 서울대 조사위 “바꿔치기할 게 있어야지 바꾸지” 서울대 조사위는 “연구실에 보관중인 수많은 세포주들을 다 조사해 달라”는 황 교수 요구에 따라 해당하는 세포주들에 대해 모두 정밀한 디엔에이 분석을 거쳤으나 하나도 줄기세포를 확립한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조사위는 줄기세포 자체가 없기 때문에 바꿔치기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나, 황 교수는 “줄기세포가 바뀌었다”는 주장을 고집하기 때문에 조사위에서는 이에 대한 증명이 불가능하고 검찰 수사로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4년 논문의 근거가 된 1번 줄기세포의 경우는 황 교수가 고수해온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의 진위를 판가름하는 하나의 잣대가 된다. 황우석 교수는 10일 서울대 최종조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9일 <경인일보>를 통해 “지난달 말 자체조사한 결과 서울대에 보관 중인 2004년 줄기세포의 DNA와 논문에 게재된 줄기세포 DNA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황 교수팀은 이 신문에서 “2004년 논문에 어떤 자료와 사진이 쓰인 것인지 모른다”면서 “누가 2004년 논문을 조작했는지 검찰이 조사해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 9일 경인일보 인터뷰
“2004년 논문도 조작…미즈메디가 바꿔치기 의혹” 제기 이 신문을 통해 황 교수는 “체세포 복제 배아를 배반포 단계까지 만드는 데까지만 서울대팀이 관여했고, 그 다음 단계 이후 줄기세포 확립과 줄기세포 검증까지는 모두 미즈메디측이 전담했다”며 “미즈메디쪽이, 서울대팀이 만든 체세포 복제 배반포로 줄기세포 배양을 실패하자 가짜 줄기세포를 진짜라고 우리를 속였든지, 아니면 진짜 만든 뒤에 바꿔치기를 했든지 둘 중 하나라는 것이 황 교수팀의 주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0일 서울대 최종조사 결과로 드러난 것은 황우석 교수팀 연구실에 냉동보관중이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근거가 된 1번 줄기세포는 ‘바꿔치기’된 것이 아니었다. 이는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도 아니고,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환자 체세포 디엔에이와도 일치하지 않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줄기세포였다. 서울대 조사위는 이 1번 줄기세포에 대해 특별히 정밀한 검증을 거쳤다고 밝혔다. 서울대 조사위 “1번 줄기세포 특별히 정밀한 검증”
체세포 A씨, 사이언스 1번 줄기세포 DNA 일치…실제 1번줄기와는 판이
B씨 미토콘드리아와 1번 줄기세포 부분일치 48개중 40개 1번 줄기세포의 DNA지문은 <사이언스>에 보고된 지문과 전혀 달랐고, 황교수팀이 공여자라고 알려준 A씨의 혈액에서 얻은 DNA의 지문은 논문과는 일치했지만 1번 줄기세포와는 달랐다. 1번 줄기세포는 논문에 제시된 공여자의 체세포 핵치환으로 만들어진 줄기세포주가 아니었다. 1번 줄기세포는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들과도 달랐으므로, 의문을 풀기 위해 조사위원회는 논문에 제시된 공여자와 비슷한 시기에 난자를 제공한 두 사람의 혈액을 추가로 확보하여 조사했고 그 중 한 사람(공여자 B)이 1번 줄기세포와 관련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B씨의 미토콘드리아와 1번 줄기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동일한 DNA 염기서열을 보여, B씨가 난자제공자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B씨의 체세포핵의 DNA 지문은 사용한 48가지의 표시자 중 40개가 줄기세포와 일치하고, 나머지 8개는 동일하지 않았다. 만약 1번 세포가 체세포 복제에 의한 것이라면 48개가 모두 정확히 일치해야 하는데 8개가 다르다는 사실은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1번 줄기세포는 공여자 B의 난자의 핵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의 세포와 융합해 처녀생식을 통해 만들어진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높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황교수, 처녀생식인지 몰랐고 관련한 어떤 실험도 없었다” 그럼에도 황우석 교수는 2004년 논문에 1번 줄기세포주의 DNA 지문이 공여자 A와 일치한다고 적었다. 조사위는 2004년 사이언스에 게재되고 특허가 출원된 1번 세포주는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조사위는 2004년 논문의 세포사진들이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 사진들임이 확인돼, DNA 지문분석 결과와 세포사진들이 조작되었음을 밝혔다. 조사위는 10일 발표에서 조사위의 과학적 업적 가운데 1번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임을 밝힌 것이다고 발표했다. 조사위는 “황교수팀은 줄기세포를 허위로 보고하는 데만 신경을 쓴 것 같다”며 “황 교수팀은 처녀생식인지 몰랐고 그와 관련한 어떤 실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2004년 연구를 주도한 연구원은 1번 줄기세포를 만들 당시 공여자 B의 난자에 대한 핵이식이 버려지는 미성숙 난자를 사용해 비숙련 연구원에 의해 연습 목적으로 수행되었다고 진술했다. 이를 감안하면 1번 줄기세포는 ‘핵이식’에 익숙하지 않은 비숙련 연구원에 의해 난자에서 핵이 불완전하게 제거된 상태에서 실험 도중에 1차 극체(polar body, 염색체 한쌍에서 어느 한쪽)가 난자 안으로 유입되어 처녀생식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 2004년 ‘1번 줄기세포’ 수립과정서 “와르르” 이런 과정을 통해 처녀생식이 이뤄진 1번 줄기세포는 황 교수팀도 그 정확한 과정을 모른 상태에서 만들어진 ‘처녀생식’ 줄기세포인 만큼, 뒤늦게 디엔에이 불일치를 근거로 ‘바꿔치기’라는 주장을 펼쳤던 황우석 교수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황 교수가 2004년 사이언스에 발표하고 특허등록까지 하고 국내 곳곳에 분양해 보관중인 1번 줄기세포는 ‘바꿔치기’된 것이 아니라, 황 교수팀 스스로도 어떻게 줄기세포가 생성되었는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2004년 줄기세포의 디엔에이 분석이 문제되자 서울대 발표 이틀전에 황급히 언론을 통해 “체세포 복제 배아를 배반포 단계까지 만드는 데에까지만 서울대팀이 관여했고, 그 다음 단계 이후 줄기세포 확립과 줄기세포 검증까지는 모두 미즈메디쪽이 전담했다”며, 또한번의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한 황 교수쪽의 논리가 바닥에서부터 무너져내리는 대목이다. 2004년 1번 줄기세포의 확립과정도 알지 못한 채 ‘바꿔치기’를 주장했던 황 교수의 태도와 서울대 조사위의 “체세포 이용 줄기세포 자체가 만들어진 적이 없다”는 발표에 비추어, 황 교수의 “바꿔치기” 주장은 일말의 신뢰도를 갖지 못한다. 검찰은 10일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발표에 대해 “철저히 잘 조사한 것 같다”며, 적극적인 신뢰를 보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구본권 기자 starry@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