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공동책임'-조작주범 `일벌백계'..각국 처리 달라
어떤 규정 적용하느냐에 따라 처벌 범위.수준 달라져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에 대한 서울대 조사가 마무리 됨에 따라 황 교수와 논문 공동 저자들의 처벌 수준과 범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대는 내주 중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저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출신이 아닌 공저자들의 소속 기관인 미즈메디 병원이나 한양대 등도 서울대 결정에 따라 자체 징계에 돌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학계에서는 최악의 `논문 조작' 사태 등을 감안할 때 저자 전원에 대한 `일벌백계론'이 지배적이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도 10일 최종 발표에서 "이번 논문 조작과 그 은폐에 관여한 연구자들에 대한 학계의 처분은 이미 드러난 조작 사실만으로도 중할 수 밖에 없다"며 엄중 문책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징계 결정은 겉보기와 달리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논문 조작의 경우 공동 저자들의 처벌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 것인 지에 대해 국내외에서 통용되는 공동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즉 미국 등 해외에서도 `저자 집단책임론', 저자의 연구참여 정도를 가늠해 징계해야 한다는 규정, 개별적인 조작 참여 여부만 봐야 한다는 해석 등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징계위가 실제 어떤 규범을 근거로 공저자들의 처벌을 결정할 것인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논문 조작으로 연구자를 징계한 사례가 없어 이 같은 사건에서 공동저자들의 책임범위를 정한 `가이드라인' 자체가 전무하다.
◇ "저자들 모두 조작에 책임져야" = 논문 조작에 대해 저자 공동책임을 주장하는 대표적 사례는 독일의 공익연구기관인 DFG(Deutsche Forschungs Gemeinschaft)가 채택한 지침이다.
이 DFG 지침은 특히 연구에 실제 참여하지 않았으면서 논문에 이름을 올린 소위 `명예저자'(honorary authorship)에게도 책임을 물게 하는 엄정함으로 유명하다.
만일 서울대 징계위나 관련 기관이 이 DFG 지침을 기준으로 징계를 정한다면 2004년, 2005년 논문의 저자들 전원은 논문 조작에 대해 `일벌백계'를 각오해야 한다. 또 2005년 논문의 저자 25명 중 문신용 서울대 의대 교수를 비롯한 5명처럼 실제 논문에 기여한 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인사들도 문책을 면할 수 없게 된다. ◇ "논문 참여 정도에 따라 문책 달라야" = 이와 달리 공동저자들이 실제 연구에서 맡은 역할에 따라 문책의 정도를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 예가 미국 물리학회(APSㆍAmerican Physcial Society)가 지난 2002년 11월에 제정한 가이드라인. 이 APS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동저자는 논문에서 ▲주요 데이터 작업 ▲데이터의 분석 ▲논문 작성 ▲논문 내용의 대외 발표 ▲연구 총괄 역할 등을 맡게 될 경우 해당 논문의 조작에 전반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 즉 이와 달리 부분적인 연구 작업만 맡은 공저자들은 그 역할의 경중에 맞게 제한적인 책임만 물려야 한다는 것이 이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다. APS가이드라인이 징계의 기준이 될 경우 주 처벌 대상은 실제 줄기세포의 복제 및 배양에 참여했던 서울대와 미즈메디 병원측 연구자들로 좁혀지게 된다. 난자 등을 공급하는 지원책을 맡았거나 아예 연구참여가 없었던 `마이너급' 저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징계만 받을 가능성이 높다. ◇ "논문 조작 참여 여부만 봐야" = 공저자들의 전체 책임론을 부정하며 실제 논문 조작에 참여했거나 이를 알고도 방조한 이들만 처벌해야 한다는 해석도 해외 학계에서 지지도가 높다. 미국 물리학계 최대의 스캔들로 꼽히는 얀 헨드릭 쇤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을 자체 조사한 벨 연구소는 지난 2002년 이 입장을 받아들여 실제 조작을 저지른 쇤 박사만 파면하고 나머지 논문 저자들은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이 결정과 관련해 벨 연구소측은 이들 공저자들이 논문 조작에 가담하지 않았고 쇤 박사의 조작 행위를 전혀 알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만일 이 기준이 이번 황 교수팀의 처벌에 반영된다면 파면 등 중징계는 황 교수와 강성근 교수 등 논문조작에 직접 관여한 몇몇 저자들에게만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혁 연구원 등 대대수 `실무급' 저자들은 "논문 조작 가담은 커녕 조작 사실 자체를 몰랐고 자신도 황 교수에게 속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장'이 연상될 정도로 분업의 정도가 심했던 황 교수팀의 조직 구조상 `맡은 분야가 달라 조작 사실을 인지 못했다'는 이들의 설명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태균 기자 ta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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