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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교수 대국민 사과 성명 발표. 서울대 황우석교수가 1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배재만/사회/과학/ 2006.1.12.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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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제ㆍ줄기세포 기술 보유 국민에 호소 의도
"본질 무관한 설익은 연구성과 또 흘리기" 지적도
황우석 교수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인간의 면역 유전자가 주입된 무균 미니돼지를 대상으로 체세포 복제방식을 통한 줄기세포를 확립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황 교수는 스너피를 뛰어넘는 특수동물 복제 성과를 유수 학술지에 논문으로 기고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도 말했다. 무균돼지는 황 교수팀이 지난 2003년 2월에 처음 발표한 연구성과로 사람에게 심장, 간 등 장기를 이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간의 면역유전자(hDAF)가 주입됐다. 미니돼지의 크기는 일반 돼지의 3분의 1 수준이다. 황 교수팀에 따르면 이 무균 미니돼지는 당초 3차례에 걸쳐 걸쳐 모두 6마리가 분만 됐으나, 수일 후 모두 폐사했고 그 이후 수차례에 걸쳐 황 교수팀은 무균돼지 생산에 성공, 현재 모두 수십 마리 이상의 무균돼지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의 연구성과는 아직까지 논문으로 출간되지 않았으며, 황 교수팀에서도 논문으로 나올 때까지 기자들에게 엠바고(보도유예) 요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 황 교수의 이날 설명만 놓고 보자면 연구팀은 현재 돼지 수준에서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으며 이를 사람에게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황 교수는 이날 "무균 미니돼지의 체세포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를 확립했고 테라토마 검사만 남겨놨다. 외부 검증도 마쳤다"면서 "무균돼지에서 확립한 줄기세포 기술로 환자의 복제 배반포를 배양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작금의 사정으로 논문 제출은 포기했지만 이번 연구성과는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인간의 줄기세포 원천기술이 있다고 이를 통해 주장하는 것이 아니지만 평가는 여러분이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하기 위한 무균 미니돼지 연구의 가장 큰 걸림돌은 면역거부반응이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돼지의 몸에 인간 면역유전자를 삽입한 돼지를 탄생시키는 방법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려 해왔다. 이를 볼 때 황 교수가 언급한 무균돼지 연구성과는 사람의 면역유전자가 주입된 미니돼지의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배아를 만든 뒤 이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동물복제 분야에서 황 교수의 기술을 인정하더라도 무균 미니돼지 연구가 실제 이종간 장기이식이나 사람의 줄기세포 연구에 응용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도 환자의 몸이 돼지의 장기를 자신의 신체 일부로 인식하지 못하고 공격하는 조직거부 반응이 사람의 면역유전자 주입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미지수인 데다 돼지 바이러스에 인체가 감염될 가능성도 배제해야 한다.
황 교수가 이날 사과성명에서 굳이 이 같은 무균돼지 연구성과를 언급한 것은 연구팀이 동물복제기술과 함께 줄기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황 교수가 이날 언급한 특수동물 복제 연구성과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황 교수는 특수동물 복제 성과가 무엇인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연구팀이 늑대와 여우 등의 복제 연구를 꾸준히 지속해온 점을 보면 이들 동물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복제 개 스너피가 `진짜'로 확인된 점으로 볼 때 연구팀의 실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황 교수가 줄기세포 논란의 본질과는 무관한 설익은 연구성과를 또 흘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직 논문에 발표되지도 않았고, 테라토마 검사 등의 과학적 검증작업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 보유'를 주장한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황 교수팀이 설사 무균돼지와 관련한 의미있는 연구성과를 냈다고 하더라도 국민적 논란의 핵심인 `가짜 배아줄기세포로 국민을 속였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김길원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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