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달러ㆍ정치인 후원금 출처 집중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에 투입된 돈의 사용 실태를 규명하기 위해 검찰과 감사원이 공조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연구비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은 감사원이 감사를 모두 끝내면 수사에 착수하던 관행을 깨고 이번에는 수시로 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감사원은 늦어도 내달 중순 전에 연구비 감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때 논문 조작 과정과 함께 연구비 의혹도 상당 부분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은 연구비가 엉뚱한 데 사용됐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하고 감사원은 부처 간 검증 없는 출혈 경쟁으로 연구비가 편성됐는지를 조사할 것으로 보여 연구비 수사 및 감사는 횡령, 배임, 직권남용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 협조체제 구축 의미 = 두 기관이 관행을 깨고 협조 체제에 나선 것은 줄기세포 조작 파문이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는 사안인 만큼 조속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철도공사 러시아 유전개발, 행담도 의혹 사건은 감사원 감사가 모두 종료된 뒤에야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나섰다가 감사 기밀이 외부로 누설되고 증거가 인멸돼 수사에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공조체제 구축은 자칫 두 기관이 피감 기관이나 피조사자들을 동시에 조사하면 업무가 중복될 수 있고, 사건 처리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는 문제점을 피하고 증거 인멸 방지 등을 겨냥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줄기세포 조작과 관련해 고소, 고발을 먼저 접수한 검찰이 감사원 감사 이후로 사건 처리를 미루면 `여론 눈치보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의식한 것도 한 요인이다. 검찰이 연구비 의혹을 먼저 손대면 수사 마무리 이후 사법처리 대상은 아니더라도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감사원이 다시 조사해 해당자들을 문책해야 하는 부담도 공조체제 구축의 배경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최종 단계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 수사 이후에 다른 문제가 불거져 처벌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라며 다양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사와 수사를 동시에 진행키로 했음을 시사했다. ◇ 횡령ㆍ배임 입증에 초점…책임규명 쉽지 않을 듯 = 민간 연구비에 대한 검찰 수사는 황 교수팀의 연구비 유용 가능성에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김선종 연구원 등에게 전달된 5만 달러의 출처를 비롯한 황 교수 후원회에서 모금된 33억 원 중 황 교수에게 지급된 19억 원의 용처가 관심 대상이다. 아울러 작년 11월 논문 조작 의혹이 불거진 뒤 후원금에서 빠져나간 6억 원의 사용처와 황 교수가 정치인들에게 제공한 후원금의 출처도 조사 대상이다.5만 달러나 정치인에게 제공한 후원금의 출처가 연구비라면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고,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처럼 국정원 자금 등이 출처라면 돈의 성격을 놓고 엉뚱한 곳으로 파문이 번질 가능성도 있다. 감사원 감사는 연구비 책정, 지원 과정에서 외압이나 부처 간 `묻지마 지원'이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공사 유전개발, 행담도 개발 의혹 사건처럼 청와대 등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 검찰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2004년 논문 공저자 15명 중 한 명이지만 논문 작성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의 역할도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에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황 교수팀과 청와대의 `공식' 연결 고리인 박 보좌관은 이번 파문이 불거지면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관련 부처가 `묻지마' 식으로 연구비 지원 경쟁에 나섰더라도 과연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 학술지의 후광을 업고 온 국민의 성원을 받고 있었던 황 교수팀의 연구 성과를 비전문가인 정부 부처가 의심을 갖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이나 감사원이 최종 결과 발표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도 정부 연구비 지원 과정보다 50억~60억원 정도인 민간 연구비쪽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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