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5 14:46
수정 : 2006.01.15 14:46
황 교수팀, 국내서 유일하게 연구승인 받아 사실상 ‘독점 상태’
“생명윤리법이 ‘진입장벽’ 역할”... 다른 연구팀 하고 싶어도 못해
인간배아 연구 규정 등을 정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이 결과적으로 황우석 교수팀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체세포복제 배아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황 교수팀의 단독 연구를 가능하게 한 조항이 생명윤리법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황 교수팀에게 사실상 독점적인 연구 기회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생명윤리법에 따라 지금까지 국내에서 복제배아 연구를 승인받은 곳은 황 교수팀이 유일하다.
생명윤리법은 배아복제 연구 승인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대통령령은 아직 제정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따라 생명윤리법은 부칙에 `경과규정'을 두어 배아복제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부칙 제3항은 연구팀이 ▲(법 시행일인 2005년 1월 기준으로) 3년 이상 체세포복제배아 연구 ▲논문을 관련 학술지에 1회 이상 발표 등 두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황 교수팀도 바로 이 조항을 통해 연구 승인을 받았다.
◇ "경과규정이 진입장벽 역할" =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요건들이 황 교수팀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다른 관련 연구팀들이 승인을 받아낼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황 교수팀은 이미 2000년 8월 남성의 체세포로 복제한 배아를 배반포까지 길러내는데 성공해 '3년 이상 연구' 조건을 쉽게 넘겼고 2004년 사이언스의 복제배아줄기세포 논문 등으로 '논문 1편 이상' 요건도 충족됐다.
그러나 나머지 국내 복제관련 연구팀들은 사정이 다르다.
포천중문의대의 차병원팀은 지난 2003년 쥐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뇌신경세포를 만드는 등 오랜 기간 복제 관련 연구를 했지만 2005년까지 인간의 배아를 쓴 성과가 없었다.
박세필 박사가 이끄는 마리아병원팀도 2002년 3월 사람의 체세포 핵을 소의 난자에 이식해 복제배아를 만드는 등 성과를 냈지만 이들 연구는 사람의 핵을 다른 동물의 난자에 심는 이종간 복제라 인간복제배아연구의 `경력'으로 보기 힘들다.
즉 너무 엄격한 조건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체세포배아복제와 관련된 실적과 노하우가 있는 황 교수팀 말고는 다른 연구진들이 이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막았다는 지적이 가능한 것이다.
차병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 연구진의 경우 생명윤리법 시행 당시 인간 난자만 안 썼을 뿐이지 (배아복제 관련) 제반 지식은 충분한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경과 규정이 원하는 기준에 미달돼 연구 승인을 못 받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현행법의 경과 규정은 황 교수팀이 국내에서 체세포배아복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연구진이 되도록 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며 결국 정부가 법규를 통해 황 교수에게 특권을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과규정 어떻게 만들어졌나" = '3년 연구'와 '논문 1편' 요건은 생명윤리법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2003년 10월 제출한 정부안에서 처음 집어넣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항목이 어떻게 정부안에 들어갔는 지에 대해 "설명하기 곤란하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반면 2002년 김홍신 의원 등이 발의한 최초 법률안은 경과 규정에 해당하는 자격을 '체세포 핵이식 연구를 하고 있는 자'로 폭넓게 정했다.
즉 최초 법률안대로라면 차병원 등 다른 연구팀도 체세포핵이식과 관련된 연구를 해왔다는 점에서 연구승인 대상에 포함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홍신 전 의원은 "결국 경과 규정은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하던 이들이 윤리적 하자가 없다면 계속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취지"라며 "법에 관련 요건을 너무 세세하게 넣어도 문제이기 때문에 (해당 자격 부분에 대해) 폭넓게 규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균 기자
ta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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