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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5 20:30 수정 : 2006.01.15 20:53

‘황우석 연구 재개 지원 국민연합’소속 회원이 14일 저녁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어 황 교수의 줄기세포연구 지원을 촉구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황교수 지지 촛불집회 3천명 몰려
“몰아붙이는 언론이 더 미워”
40~50대 ‘팬’들 유독 많아

“처음으로 제가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만든 분입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 ㅂ(51)씨는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이유를 이렇게 잘라 말했다. 그는 인터넷 카페 ‘아이러브황우석’과 ‘황우석 난자기증모임’에 모두 회원으로 가입했다. “선생님은 데모 같은 걸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쉰이 넘도록 데모 한번 해보지 않았”던 그가 요즘 이 신념을 깨고 요즘 부산역 앞 등에서 열리는 황 교수 지지 집회에 단골로 참가하고 있다. 만나는 이들에게는 “황 교수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설득부터 한다. 그의 변화에 오히려 주변사람들이 놀랄 지경이라고 한다.

“새튼 교수가 서울대 수의대에 오고, 세계 줄기세포 허브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자랑스러웠습니다.” ㅂ씨는 그가 황 교수를 지지하는 이유를 힘주어 거듭 강조했다. “선진국에 가 보면 처량했어요. 우리나라와 너무 다르니까. ‘우리는 언제 저렇게 잘 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황 교수는 그런 희망을 줬습니다.” 그는 설사 줄기세포가 지금 없다고 하더라도, 황 교수가 말한대로 배양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 교수가 가진 것은 명예욕밖에 없었다. 특허도 서울대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한 기업이 이 사태의 배후가 아니냐는 의심에 그 기업이 만든 냉장고도 버릴 생각이라고 했다.

ㅂ씨 뿐만이 아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줄기세포는 없었고, 논문은 조작됐다고 밝히며 황우석 교수에게 ‘학문적 사형선고’를 내렸지만, 황 교수를 향한 지지자들의 애정은 여전히 굳건하다. 이들은 왜 황 교수에게 한없는 신뢰와 지지를 보낼까?

‘아이러브황우석’ 회원 김아무개(58)씨는 “황 교수는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세워 줬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문 분야에서) 노벨상 한번 못 타본 나라에서 노벨상에 근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국민들은 나에게 직접 이득이 되는 일도 아닌데 그것으로 만족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리 만족을 느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정치인과 경제인도 해줄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그걸 교수님이 해주셨고, 거기에 우리는 만족감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지지자들 3000여명 가운데에는 경제성장기 이전의 ‘어렵던 시절’을 경험한 40~50대 중년들이 유독 많았다. 그저 앞서가는 선진국들의 꽁무니만 좇아 뒤따라가기 바빴던 시절, 좀처럼 따라잡을 수 없어보였던 다른 나라에 앞서 첨단 과학분야에서 한국의 이름을 세웠다는 황 교수의 업적에 이들이 열광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어보인다. 그렇기에 황 교수의 업적이 모두 조작으로 몰리고 있지만, 이들은 그 믿음을 허물고 싶지 않아하는 듯했다.

김씨는 “언론은 ‘국익이 중요해도 진실은 밝혀야 한다’고 하고 국익을 우선하는 것을 국수주의로 몰아붙였지만, 그것이 사람들이 품고 있던 자부심을 짓밟는 일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면 그것이 국익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래서 기득권층인 언론 등이 황 교수를 몰아붙이는 것이 더 밉다”고 말했다. “황 교수가 책임질 부분은 책임져야 하겠지만 황 교수가 가진 기술력을 묻어버려서는 안된다”는 그의 말투에는 단단한 신념이 묻어났다.

주부 이아무개(49)씨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표 과학자’인 황 교수가 ‘피디수첩’ 보도 이후 위기에 몰리는 것을 보고 오히려 이 문제에 더욱 몰두하게 됐다”고 한다. 이씨는 “언론이 황 교수를 일방적으로 매도한다고 생각했다. 언론만 믿지 말고 개인적으로 정보를 수집해보자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언론을 믿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며, “황 교수를 음해하는 여러 음모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이씨는 ‘황우석 난자 기증 모임’ 회원으로 활동하며 날마다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카페 게시판에 올라오는 비방 글을 지우고, 일반 회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글을 단다. 남편이 옆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냐’고 말해도 이씨는 요지부동이다. “설사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열심히 해야한다. 그래야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고 응수한다고 했다. 이씨는 “황 교수가 한 일은 세계 최초”라며 “황 교수가 잠시나마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해 주었으니 계속 지지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줄기세포가 단 1개라도 있다면 믿음을 버릴 수 없다”고 못박았다.

집회 참가자 가운데 줄잡아 70% 이상이 40대 이상의 중년들로 보였지만, 젊은 지지자들도 상당했다. 아들과 딸을 둔 엄마인 박아무개(35)씨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박씨는 “결혼도 했고 2세 계획도 없어 난자를 기증하기로 의사를 밝혔고, 남편도 기증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꼭 황 교수에게만 난자를 기증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구원들이 전에 말한 것처럼 나도 지옥끝까지라도 황 교수님과 같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처음에는 그냥 단순하게 좋아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황 교수님을 죽이려 한다는 생각에 적극적이 됐다”고 말했다. “교수님은 절대 저희들에게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봐요. 교수님을 지지하는 것은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오로지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하는 일이라 믿기 때문에 지지하는 겁니다.” 박씨는 요즘 거의 아무 일도 못하고 인터넷에만 매달려 있다고 한다. “무슨 좋은 일이 있나 혹시 나쁜 일은 없나 해서 하루 종일 인터넷을 보고 있어요. 밥 먹는 시간만 빼면 인터넷 카페에도 들어가고 보고, 뉴스도 보지요. 다른 일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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