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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6 18:33 수정 : 2006.01.16 18:33

“이상한 일본식 외래어 거둬내 큰 보람”

“7세 남아가 1.5미터 하이트에서 폴다운해 라이트아이리드 레서레이션을 입어 이알 비지트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예전에는 의사들이 이런 식으로 말을 했어요. 7살짜리 남자 아이가 1.5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면서 오른쪽 눈꺼풀이 찢어져 응급실을 찾아왔습니다, 라고 말하면 되거든요.”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위원회 황건(49·사진) 위원장은 의사로 일하면서 우리나라사람이 이상한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살았다. 인하대병원 성형외과학교실 교수인 그는 1994년 논문을 쓰기 위해 성형외과 사전을 뒤졌더니 수만 개의 용어 가운데 우리말이 190여개에 불과함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성형외과 사전에 우리말 190개뿐
98년부터 위원회 꾸려 개정 작업

“성형외과학회에 이야기를 했더니 당신이 맡아서 한번 해보라고 하더군요.”

황 교수가 1998년 의학용어위원회 위원으로 참가하게 된 계기다. 2003년에는 아예 의학용어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참여해 만든 <필수의학용어집>과 2001년 발간된 <의학용어집 4집>은 의사들이 쓰던 용어를 그대로 묶어 만든 이전의 책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의학용어 상당수가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진찰이 이학적 검사라는 어려운 말을 대신했고, 심상성 좌창은 여드름으로, 구제역은 입발굽병으로, 금주동지회라는 말은 금주모임으로, 마약 등을 먹고 환각상태에 빠진 상태에 대해 황홀감, 열락감, 다행감, 다행증, 도취감, 쾌감 등으로 쓰던 것을 이상행복감과 이상황홀감 등으로 바꿨다.

특히 <필수의학용어집>은 비록 작업 기간 부족으로 수록 용어가 1만여개에 지나지 않지만 4집에 이어 의학용어 역사에 또 한 차례의 획을 긋는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의협 산하 26개 학회로부터 의견을 모은 데 이어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등 용어 사용에 있어 견해차가 큰 6개의 학회와는 여러 차례 만나 토론을 벌여 용어를 통일했다. 나아가 교육부 편수자료위원회와 논의해 중고생 생물학 교과서에 쓰일 용어도 정리했다. 의협 홈페이지(www.kma.org)를 통해 한영, 영한 검색도 가능하도록 했다.

“저야 중간에서 심부름꾼이고… 위원들이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3년동안 한달에 1~2차례 만나 저녁 늦게까지 토론을 했습니다. 보람은 있지만 빛 안나는 일이었는데 모두들 열심히 참여해 주셨어요.”

겸손하게 말하지만 황 교수는 우리말 의학용어에 대한 의료인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2002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의협신문>에 ‘의학용어 한마디’라는 칼럼을 152차례나 연재하기도 했다. 교육개발원 등을 다니며 중고교 생물학 교과서를 모아다 분석하는 일이나 교정을 보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황 교수는 이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 의학용어가 일본티를 벗고 일반인이 쓰는 말에 가까워진 데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위원가운데 한 명인 송영빈 이화여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인이 쓰는 2만7천개의 어휘를 놓고 볼때 우리의 경우 75.53%가 포함돼 일본의 49.55%보다 훨씬 높았다고 한다. 황 교수는 2008년까지 5만 용어를 수록한 의학용어집을 만드는 일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의협은 16일 의협 동아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인천 글·사진/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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