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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7 18:19 수정 : 2006.01.18 14:35

몇 달 전 캐나다에서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여성이 땅콩이 든 음식을 먹은 남자 친구와 키스했다가 호흡곤란 등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 사망한 일이 있었다. 땅콩 등 음식 알레르기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일이다. 실제 2년 전 필자의 딸이 우리나라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다. 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땅콩 알레르기 증세가 있었는데, 아이스크림 포장 어디를 둘러봐도 땅콩 성분이 들어 있다는 정보는 없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3만 명이 각종 음식 알레르기로 응급실을 찾고 이 가운데 200여 명이 목숨을 잃는다. 이에 미국 보건당국은 올해부터 식품업체들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식품 여덟 가지의 함유 여부를 식품 포장에 명시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한국인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식품인, 우유·메밀·땅콩·대두·밀·고등어·게·돼지고기·복숭아·토마토·난류가 들어있거나 이들 식품으로부터 추출한 성분을 사용할 경우에 함유량과 상관없이 이를 표시하도록 했다.

식품 원재료를 표시하는 것은 식품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진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전의 단순 성분 표시가 일반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카세인’이 우유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우유 알레르기 환자에게 ‘카세인’이라는 표시는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원재료 표시규정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소비자의 식품 선택 폭을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한 예로 빵의 제조공정상 콩에서 추출한 레시틴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레시틴은 콩 알레르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 포장에 콩이 들어 있음을 표시해야 하기 때문에 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이 빵을 사지 않을 것이다.

외국에서는 식품포장의 깨알 같은 글자를 읽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글자뿐 아니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의 사진을 함께 싣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고려해 볼 만한 제안이다.

우리나라에서 알레르기 유발 식품 원재료 표시규정이 시행된 지 10달이 지났다. 식품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에게 식품 포장에 적힌 정보는 생명정보나 다름없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www.enh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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