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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7 18:20 수정 : 2006.01.18 14:35

‘키 작은 아이’ 진단과 처방

겨울방학을 이용해 성장클리닉을 찾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실제로 작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키를 갖고 있다. 큰 편이 아니기에 아예 작다고 극단적으로 생각할 뿐이다. 중간 정도의 키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 것이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성장클리닉 박미정 교수는 “서울시내 초·중·고교생 33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신이 생각하는 키(작음, 보통, 큼)가 실제 키(같은 나이의 신장표준치로 측정한 키)와 일치하는 경우가 30~32% 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즉 70%의 학생들이 자신의 키가 표준치인데도 키가 작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뜻이다.

부모들도 키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는 현재 작지는 않지만 또래의 사촌이 최근 매우 컸는데 우리 아이도 더 키우기 위해 성장클리닉을 찾아왔다”거나 “우리 아이가 작지는 않지만 옆집의 친구가 성장호르몬을 맞고 키가 많이 컸으니까 우리 아이도 크게 하려고 성장클리닉을 찾아왔다”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유전적 요인 대부분… 약만 믿지 말고
성장판 정상 여부… 엑스레이로 확인을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김덕희 교수는 “작은 키의 기준은 시대적으로 변화하는 상대적 수치”라며 “하지만 저신장증의 가장 큰 요인은 유전적인 경우가 40~80%까지 차지하므로 조부모를 포함해 부모중 1명이라도 키가 작은 경우에는 작은 키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선천적으로 키가 작은 가계가 아니라면 △3살 이상부터 사춘기 전까지 1년에 평균 4㎝ 이하로 자라는 아이 △학급 인원 50명중 키 순서대로 앞에서 1~2번째인 아이 △3살 이후 평균키 보다 약 10㎝ 작은 아이 △만 5살에서 키가 105㎝ 이하인 아이 등의 경우에만 저신장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키가 몹시 작다면 성장 전문의사의 진찰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키 작은 아이들에게는 외모가 자신의 삶을 한순간에 바꿀 수 없음을 인식시키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것을 가르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모조차 키가 작다는 말로 아이를 반복해서 자극하면 아이는 크기 위해 더 잘 먹거나 더 운동을 열심히 하기 보다는 스스로 위축되거나 자신감을 잃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성장에 역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인간의 키는 오로지 성장판이 열려있을 때만 자란다”면서 “50㎝ 정도로 태어난 인간은 성장판에 의해 180㎝가 넘는 장신으로 자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로 다리와 팔의 관절 부위에 있는 성장판은 연골로 되어 있으며, 성장판이 열려 있는 시기에는 연골세포가 빠르게 분화하여 개수가 늘어나고, 늘어난 연골세포들이 크기가 커지면서 석회화가 되어 뼈의 길이가 길어진 것이 키가 자라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성장판은 방사선 촬영을 해보면 어느 정도 닫혀 있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저신장증이 의심될 경우에는 일단 성장판이 정상인지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박 교수는 “성장에는 중요한 시기가 있고 성장시기를 놓치면 치료 효과가 없다”면서 “3~13살까지 약 10년 정도가 가장 신경을 써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장을 막는 질병이 있는데도 엉뚱하게 키를 키운다는 약만 믿고 먹이거나, 나중에 정상적으로 클 수 있는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약물을 투여하거나, 치료로 키를 크게 할 수 있는 시기가 이미 지났는데도 광고만 믿고 불필요한 요법의 치료를 받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사춘기가 지나면 키가 거의 크지 않는다”면서 “사춘기가 너무 빨리 진행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사춘기가 많이 진행되었는데도 키가 너무 작다면 서둘러 키가 클 수 있는 여러 노력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사람은 일생 동안 생후부터 2살까지 38㎝ 가량, 사춘기 동안 25~30㎝ 가량 등 두 차례 크게 자란다”면서 “남학생은 만 16~17살 때, 여학생은 만 14살을 전후해 성장판이 닫히기 때문에 그 이전에 병원을 찾아가야 성장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판이 닫혀가고 있는 몸의 신호는 여학생은 초경후 2년이 지난 경우, 남학생은 겨드랑이 털이 많이 난 경우를 들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게임 중독이 성장 막기도”
운동·숙면 등 생활 습관 신경써야

우리나라에서 키가 작은 저신장증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대부분 가족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게임이나 공부를 하는 것과 같은 생활습관도 성장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김덕희 교수의 설명이다.

한 자리에만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이 지속될 경우 운동량이 부족하여 비만증이 초래되는데, 비만한 아이들은 성장판이 또래 보다 빨리 열리고 빨리 닫히는 것이 특징이어서 저신장을 초래하기 쉽다는 것이다. 성장판의 분화와 열고 닫힘이 단기간에 진행되는 만큼 키가 자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또 “운동을 하면 성장판이 자극을 받고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된다”면서 “매일 30~40분 가량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 운동 부족을 해결하는 한편 스트레칭도 근육을 이완시켜주면서 성장판을 자극하기 때문에 매일 규칙적으로 하면 좋다”고 말했다.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성장클리닉 박미정 교수는 “소아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음식, 탄산음료, 단 음식 등을 멀리하고 단백질, 칼슘, 신선한 야채 및 과일 등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잘 자야 키가 정상적으로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숙면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유아 시기에는 최소 8~10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고, 초등학교 때는 최소 7시간은 자고 밤 늦게 잠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중·고등학교 때는 5~6시간을 자더라도 얼마나 깊은 잠을 자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부모는 숙면 분위기를 만들어주는데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안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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