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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4 17:08 수정 : 2006.01.25 14:04

동시다발 일처리 중독 직장인들
‘주의력 결핍성향’ 의심해 볼만

<진주만>, <아마겟돈>과 같은 영화의 제작자로 유명한 제니퍼 클라인(41)은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을 뜻하는 멀티태스킹의 본보기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클라인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작가와 전화로 의견을 나누면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재빠르게 메모하는 동시에 도착하는 이메일은 없는지 휴대용 단말기를 살펴보고 비서에게 손짓으로 지시하고 제작진에게 즉각 메시지를 보낸다”

영화와 방송 관련 프로젝트를 무려 15편이나 기획중인 클라인은 이 처럼 자신이 멀티태스킹에 매우 능숙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멀티태스킹이 사람의 정신건강 및 일의 능률, 생산성 향상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타임>은 의문을 제기했다. 멀티태스킹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클라인 조차 성급함, 초조, 비능률 등 멀티태스킹의 부정적 측면을 눈치채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인은 가끔 이메일이 오지 않으면 뭔가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생산적이라든가, 자신이 항상 전화를 받는다는 사실을 악용하는 사람한테 화가 나고, 이메일함이 텅 비어있거나 꽉 차 있을 때 똑같이 불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와 같이 멀티태스킹이 인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현상에 대해 하바드의대 교수 출신의 정신과의사 에드워드 핼러웰 박사는 주의력결핍성향(ADT)로 설명하고 있다고 <타임>은 소개했다.

핼러웰 박사는 주의력결핍장애(ADD) 환자들을 10여년간 연구한 결과 산만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 주의력결핍장애와 비슷한 증상을 공유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 주의력결핍성향을 발견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주의력결핍장애 환자들은 주변환경의 변화에 상관없이 증상을 나타내지만, 주의력결핍성향의 사람들은 직장을 벗어나 휴가를 떠나거나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깜쪽같이 정상으로 회복된다는 것이다.

선천적인 유전질환의 측면이 강한 주의력결핍장애와는 달리 후천적인 환경인 정보화시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의력결핍성향의 역사적 배경과 특성, 중독성 여부, 예방책 등에 대해 알아보자.

정보의 홍수로 과부하 걸린 뇌

헬러월 박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주의력결핍장애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10배는 늘었다. 이유는 각종 첨단 정보통신기기들이 발전하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 개인이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데 있다.

각종 정보들이 컴퓨터, 휴대용단말기, 휴대폰 등을 통해 이메일, 음성메일, 메신저를 통한 메시지 등의 형태로 쏟아져 들어오는데, 뇌는 이를 처리하느라 과부하 상태에 놓여 여러가지 부정적인 심리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뇌가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에 노출되기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뇌는 자신의 처리능력을 넘는 상황에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된다. 결국 잠을 더 적게 자고, 더 열심히 일하고,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쪽으로 바꿔보지만 오히려 일의 능률과 생산성은 더 떨어지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사숙고하지 않은 채 흑백논리에 입각해 판단을 내리고,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빨리빨리 결정하기 때문이다.

핼러웰 박사는 “기업구조조정과 직업 불안정이 이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주의력 집중 11분만에 ‘훼방꾼’

캘리포니아대학의 글로리아 마크와 빅터 곤잘레스 연구팀은 한 투자회사의 정보기술 담당 사무직 근로자 36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분 단위로 기록했다.

그 결과 연구 대상자들은 평균 11분 가량 일에 집중했을 때 이메일 도착 신호음, 전화벨 소리, 노크 소리 등에 의해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래 하던 일로 다시 주의력을 돌리기까지는 놀랍게도 평균 25분이나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통신기기를 끼고 산다

뉴욕의 정보기술개발회사인 ‘바섹스’의 사무직원 1천명을 조사한 결과 55%가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이메일을 도착 즉시 열어보고 바로 답신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핼러웰은 자신을 찾아온 한 환자가 “남편은 휴대용 단말기를 침대 곁에 갖다 놓고 사랑을 나누는데 비정상 아닌가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핼러웰의 동료인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 존 레이티는 “휴대폰, 컴퓨터, 휴대용 단말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심리에는 중독성이 있다”고 말했다.

타인과 친교 시간을 확보하라

핼러웰은 ‘타인과 생생한 관계맺기’에 대해 주의력결핍 시대의 불안감을 치유할 수 있는 ‘비타민 시’로 높게 평가한다. 타인과 전자통신기술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될수록 친밀한 인간관계는 단절되기 때문이다.

최선의 업무수행 능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한편 인터넷 중독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타인과 친교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럴 경우 휴대용 단말기를 끈 채 지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핼러웰은 이와 함께 “업무 수행중에 잠깐이면 이메일을 읽고, 주가를 체크하고, 동료와 잡담도 나누는 것과 같은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쉼없이 일할 수 있는 기계인 척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을 할 때는 한번에 하나씩 집중해 처리하고, 하루에 30분 정도는 사유와 명상의 시간을 갖는 등 자신이 하고 있는 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즐기라는 뜻이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한 번에 하나씩… 집중력이 성공비결”

미국에서 개인금융 대모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컬럼니스트, 사업가, 텔레비전 명강사로 유명한 수지 오만(54)은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할까?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그는 멀티태스킹에 터럭 만큼의 신뢰도 보내지 않는다. 한 번에 하나의 일에만 집중하는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주의력결핍성향에 빠지지 않고 성공의 역사를 개척해왔다는 것이다.

“경주마가 눈가리개를 한 채 오로지 기수의 방향지시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달리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살아가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지요”

그는 실제로 한번 일에 몰두하면 자신의 경쟁자가 무엇을 하는지, 그들의 책이 잘 팔리고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는 완전히 신경을 끊는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최근 14일간 세계 강연을 다닐 때에는 이메일 또는 음성 메시지를 하나도 받지 않는 등 강연에만 온 신경을 썼다.

놀라운 일은 그가 홀로 모든 일을 해치운다는 사실이다. 조력자도 없고, 상시 고용인도 없다. 다만 사람을 고용할 일이 있을 경우에는 자신과 같이 일할 때 그 일에만 열중할 것을 요구한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지 말고, 굳이 멀티태스킹을 하려면 다른 사람과 일할 때나 하라는 것이다. 안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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