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5 15:03
수정 : 2006.02.15 15:03
한국노총과 쌍벽을 이루며 한국 노동계를 이끌어 가는 민주노총이 새 지도부 선출을 둘러싸고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는 말처럼 물리적 힘의 원리가 난무하는 비민주적 방법들이 표출되는 등 내홍 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곧 지난 10일 임원 선출을 위한 대의원 대회가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하고 무산된 데 이어 13일에는 다시 열기로 한 21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수석부위원장의 비리문제 때문에 지도부가 사퇴한 자리에 들어선 비상대책위원회마저 사퇴하는 등 민주노총이 역사상 초유의 파행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나 대의원 대회에서는 특정후보의 지지자들이 대의원접수대 앞을 점거해 버림으로써 대회가 끝날 때가지 일부 노조대의원들이 대회장에 들어서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한다,
아상의 일련의 사태를 살피건대 그 이름을 보아 알 수 있듯이 가장민주적이어야 할 민주노총에서 '민주' 가 사라진 듯하다. 이 사실을 전태일 노동열사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 무어라 할까? 아마도 배가 불러서 배터지는 신선놀음만 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까?
사실 지도부들의 박터지고 배터지는 싸움질인 즉 소외 받고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의 권익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부패하고 썩어빠진 전임 노동귀족(지도부)들차럼 감투와 출세를 위한 싸움 곧 노동귀족으로 신분의 업그레드를 위한 한낱 주도권 쟁탈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이거야 말로 전태일 노동열사를 욕되게 하고 다시금 분신케 하는 배은망덕하고,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르는 한심한 작태라 하겠다.
왜냐하면 노동열사 전태일은 살어서도 죽어서도 천대를 받는 몸꼴이 되어 있는데, 산화한 열사의 희생정신을 조금이라도 이어 받고 있다면, 감히 배터지고 박터지는 노동귀족권을 놓고 쟁탈전은 벌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귀족이 되겠다고 사생결단하고 이전투구하는 그대들이여!지금 당장이라도 청계천 버들나무다리에 가서 그 중앙에 세워진 전태일열사의 동상이 어떤 위치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여 보기 바란다. 이제 배 부르고 등 따시니 '내 알바 아니다' 는 것인가?
그 흔한 꽃 한송이 꼿아둘 공간 하나 없는, 교통사고 위험마져 상존해 있는 위험한 도로와 접한 맨앞 부분에 간신히 세워진 열사의 동상은 삭막한 모래사막에 내팽개쳐진 모습 바로 그것이라 하겠다.
열사의 고귀한 희생의 은덕으로 오늘날 더없는 노동자의 권익을 구가하고 있는 그대들이 열사의 동상을 그렇게 위태로운 위치에 방치해 두는 것이 과연 그분에 대한 도리인가? 그리고도 싸움박질만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은 크게 노동운동과는 무관한 사람이지만, 너무도 삭막한 위치에세워진 열사의 동상을 보는 순간에 노동자의 권익를 위해 최초로 산화하신선구자의 동상을 저같은 위치에 세워 두면 '안되지'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열사의 산화한 희생을 딛고, 지금은 신흥귀족이다 국회진출이다 하여 제법 큰 목소리를 낼만큼 힘이 커진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들이만, 감투와 출세를 위해서는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싸울줄은 알지만,
그 누구 하나 아직도 천대와 멸시를 받고 있는 열사의 동상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거나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있는가? 혹여 시대가 변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비록 개인적 대접 받기 위해 노동운동하고 분신한 것은 아니지만,그래도 열사는 지금도 사회적 천대와 멸시를 받고 있음은 변하지 않았다.
바로 이것이 열사에 대한 배은망덕이요,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르는 한심한 작태라 하겠다.
열사는 지금의 타락하고 썩은 민주노총 작태을 바라보며, 편안히 영민하지 못하고 지하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통곡하고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 그대들이여! 그대들이 정녕 열사의 후예들이라면 지금이라도 열사의 고귀한 분신의 희생정신을 짓밟지 말라. 그래서 사라진 '민주' 를 되찾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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