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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8 16:13 수정 : 2006.02.28 16:29

중고교 시절 학교의 아침 풍경은 늘 을씨년스러웠다. 학생 과장 선생님은 기다란 몽둥이를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고 학생부 소속의 단속하는 학생들은 목에 힘 빠빳이 세우고 복장 불량 학생들을 잡아내곤 했다....늘 단속을 하는데도 어리버리한 건지 무심한 건지 늘 걸려서 줄 빠따를 맞고 하루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꾀나 많았다.

그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와 곰곰이 생각하니 왜 학교에 꼭 교복이 있어야 하는지 참 알 수가 없다. 혹자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학생들에게 왜 교복이 필요하냐?...그랬더니 “교복을 단정하게 착용(着用)해야 예의 바르고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으로 잘 자라날수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런 답변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다. 유럽 대다수의 학교들과 미국이나 일본의 학교들도 특별한 사립학교를 제외하고는 교복을 입지 않는다. 매일 사복을 입고 날라리(?)처럼 학교에 등교한다는 것이다...혹자(或者)의 주장대로 교복이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한국인은 유럽인이나 일본인들보다 예의 바르고 법과 질서를 잘 지키는 나라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도 쉬지 않고 들려오는 뉴스는 그러한 기대와는 사뭇 다른듯 하다. 야당의 최모 의원은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옆에 있던 여기자의 가슴을 조물락거리고,,, 교도소의 교도관은 여성 재소자의 온몸을 자기 몸처럼 마구 조물락거리고,,,소위 재벌들이라는 위인들은 탈세와 탈법을 밥먹듯 저지른다.

그러면 길거리를 부유(浮游)하듯 떠돌아 다니는 일반 민초들은 일본인들이나 유럽인들보다 훨씬 더 준법의식이 강하고 매사에 예의 바른가?.........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한마디로 교복 그거 한 6년 강제로 입혀봐야 말짱 꽝이라는 것이다...그냥 학생부 선생님들 씰데 없이 아침에 추위에 떨며 학생들과 별 의미도 없는 난리 부르스를 땡기고 있는 것이다.

왜 뚱딴지처럼 이런 교복 이야기를 하는가? 바로 KTX 여승무원들이 사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회사 측에서 열차탑승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KTX에서 지정해 주는 복장을 해야 대 고객 서비스가 훌륭해지나?...가시(可視)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그런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술한 교복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통일된 복장만이 서비스의 질을 보장한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고루(固陋)한 인습적 사고가 아닐까 한다.

게다가 그 서비스의 주체인 여승무원들이 정규직도 아닌 비정규직이어서 “억울하면 그만 두라”는 소리나 매일 듣는데다 열악한 근무환경에다, 저임금에 시달린다면 그녀들에게 강제로 그 이쁘장한 근무복을 입혀 논다고 하더라도... 그녀들의 마음에서부터 우러 나오는 세심하고 따뜻한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애시당초 무리일 것이다.

투쟁의 현장에서 “내가 노동운동을 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서라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어요”라는 한 여승무원의 절규 같은 하소연은 그녀들의 직업적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가를 웅변처럼 알려준다. KTX 측은 지금이라도 근무복을 꼬투리로한 여승무원들에 대한 노동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여승무원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사족 :한 사람의 노동자, 한 사람의 노동운동가는 교육과 학습에 의해 만들어지기보다는 회사와 자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탄생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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