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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합병증 등으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아야 하는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바달 미아가 4일 서울의료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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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더라도 고향 가서 죽겠다”
한국생활 7년, 병원 엄두 못내…귀국 삯만 1천만원 든다니…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났다. 결혼을 해 딸 넷을 두었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 엔지니어로 직업을 바꿨다. 한국에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들어왔다. 7년 동안 죽도록 일만 했다. 2주전 걷기가 힘들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아 처음 병원을 찾았다. 두 다리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바달 미아(47) 사연이다. ‘서울외국인노동자의 집’(02-863-6622)에서 그의 딱한 사정을 듣고 서울의료원을 찾았을 때 그는 막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병실을 옮긴 상태였다. 심한 당뇨까지 겹쳐 온몸 피부는 거북이등마냥 갈라져 있었고 두 다리는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다. 간호해 주는 이 한명 없이 혼자 누워 있는 그는 걷기는커녕 앉지도 못하는 상태다. 그를 가장 안타까워 하는 이는 바로 옆 침대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 중국동포 아주머니였다. “나도 가족을 두고 여기서 이렇게 일하고 있지만 너무 불쌍해요. 어젯밤에는 한숨도 못자서 나도 덩달아 밤을 샜는데 코피까지 흘리더라구. 먹으면 토해 먹지도 못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도망가지 않고 나는 한 군데에서 5년 동안 일했어요. 한국 온지 얼마 안 됐을 때는 한달에 35만원 정도 받았는데, 아프다고 병원을 어떻게 가요. 의료보험도 없고요.” 서툰 한국말로 지난 7년간을 설명하던 그는 가끔씩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자꾸만 허공으로 향하는 눈빛엔 초점이 없다. 회진을 돌던 윤수진 신장내과 전문의는 “하부대동맥에 혈전(피떡)이 생겨 다리에 피가 흐르지 못하고 조직이 완전히 죽어 ‘박제다리’가 된 상태”라며 “심한 당뇨까지 겹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오른쪽은 허벅지 아래 다리까지만 잘라내도 되지만, 왼쪽은 허리 아래를 모두 잘라내야 하는 대수술”이라며 “국내에서도 큰 병원 몇 군데에서만 할 수 있는 힘든 수술”이라고 덧붙였다. 수술 도중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 바달 미아는 “죽더라도 고향에 가서 죽겠다”고 결심한 상태다. 그러나 비행기 삯을 구하지 못해 아직 귀국 날짜도 정하지 못했다. 좌석 6개 정도를 모두 사야 환자를 눕힐 수 있고, 그러려면 1천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나마 서울의료원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외국인근로자무료진료사업’ 대상 병원이어서 치료비는 무료지만, 귀국하자마자 받아야할 대수술 비용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김창석 한겨레21부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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