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0 18:26
수정 : 2006.03.10 18:26
“24년만의 복직인데 책상이 없네요”
민주화 운동으로 구속돼 해직됐던 은행원이 24년 만에 다시 은행으로 돌아왔으나 그의 ‘귀환’은 여전히 쉽지않은 상태다.
경기대 사회교육원 교수를 지낸 정종열(55)씨는 지난달 초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 권고에 따라 우리은행 부장급 직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심의위원회는 2001년 정씨를 ‘민주화운동 관련자’ 판정을 내렸고, 2004년 옛 한일은행의 통합은행인 우리은행에 복직 권고를 했다. 우리은행은 처음에는 정씨 복직을 거부하다 최근 심의위원회 재권고를 받아들여 본점 준법지원실 부장급 조사역 발령을 냈다.
그러나 정씨 출근에 장애물이 생겼다. 은행쪽이 강제해직 뒤 복직때까지의 급여와 퇴직금 지급을 거부하고, 정씨에게 ‘일’도 ‘책상’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은 ‘월급’만 주겠다는 것이다. 정씨는 은행쪽 종용으로 출근도 하기 전에 5월말 명예퇴직 형태로 회사를 그만두기로 고용계약서까지 써야했다. 은행은 “오랜기간 은행업무를 떠나 실제 근무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정씨는 1970년 광주상고를 졸업하고 11년 간 한일은행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했다. 대리 시절이던 82년, 당시 광주 미문화원 방화사건 관련자로 수배중이던 친척의 도피를 도와준 혐의(범인은닉)로 당국에 붙잡혔다. 보안사에 끌려가 3일간 모진 고문까지 당했다.
정씨는 35살 나이에 경기대 법학과에 들어가 수석 졸업 뒤 한양대에서 법학박사(형사법 전공)를 받고 91년부터 경기대 강단에 서왔다. 2002년에는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의 고문 사실을 폭로하는 등 고문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인권·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정씨는 “단 하루라도 은행에 출근해 은행원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은행과 심의위원회·감독기관 등에 호소문을 낼 계획이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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