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9 20:48
수정 : 2006.03.29 20:48
노동자로 인정땐 퇴직금 지급 /법적정리 안돼 곳곳에서 혼란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차상위계층은 노동자인가, 아닌가? 보건복지부의 답은 ‘아니다’, 노동부의 답은 ‘맞다’이다. 이런 상황은 퇴직금 지급 여부 등을 놓고 일선에서 갈등을 낳고 있으나 1년이 넘도록 법적 정비 없이 방치되고 있다.
#사례1: 올해 1월11일, 김미혜 마포자활후견기관장은 서울지방노동사무소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했던 주민이 퇴직금 지급 요청 진정서를 서울서부지방노동사무소에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노동사무소는 근로기준법과 노동부의 해석에 근거해 ‘자활사업 참여주민, 특히 차상위계층은 근로자성이 100% 인정되므로 2월10일까지 퇴직금 214만원을 지급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 입건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복지부는 ‘자활사업 참여주민은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퇴직금 지급 불가’란 견해를 고수해 29일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사례2: 천안자활후견기관도 지난해 4월 천안노동사무소로부터 공문을 받았다. 이 기관의 자활사업에 참여하다 그만둔 뒤,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며 진정을 낸 박아무개(48), 한아무개(44)씨 등에게 퇴직금 지급을 하라는 게 공문 내용이었다. 이 기관이 퇴직금 지급 절차를 밟자 복지부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말라’는 통보를 했다. ‘자활사업 참여주민은 노동자가 아니어서 퇴직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후견기관은 복지부의 지급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지겠다’며 자체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했다.
#사례3: 2월10일 서울도봉자활후견기관은 노동부 산하 서울북부노동지방사무소로부터 출석요구 통보를 받았다. 노동사무소는 이 기관에게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최저임금(당시 기준 시급 3100원)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퇴직 자활근로자 강아무개씨 등 15명에 대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시정지시를 통보한 것이다.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사업에 참여하고 참여 일수에 비례해 자활급여만을 수령하는 등 노무제공의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사실상 노동자라고 판단하는 노동부. ‘노동자로 인정할 경우 참여자들이 자활사업에 안주하는 등 도덕적 해이 우려가 있고, 예산 부족으로 차상위계층 자활사업 확대가 곤란하다’며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복지부. 두 부처의 대립 속에 일선에선 여전히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대명 박사는 “이런 상황은 현행 자활사업 체제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노동을 한 만큼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자활사업을 노동의 질과 시간으로 세분화해 정리해야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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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위계층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는 아니지만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인 빈곤층을 말하며, 자활사업은 정부가 생계비를 지원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 가운데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 등에게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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