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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05 09:46 수정 : 2006.04.05 09:53

주5일제 덕분에 잃어버린 쉬는 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력이나 다이어리를 사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공휴일입니다. 예를 들어서 국가 공휴일이 주일과 겹쳐있을 때는 엄청난 손해가 되는 것처럼 실망하지만, 국가 공휴일이 휴일 전후로 이어져서 연휴가 되면 엄청난 기쁨으로 행복하다는 기분마저 듭니다.

어느 때인가부터 ‘한글날’이 쉬는 날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식목일이 쉬는 날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앞으로 이르면 2008년에는 제헌절도 쉬는 날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담긴 지나간 뉴스 보도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2005년도 3월 3일자 뉴스에 따르면, 식목일이 국가공휴일에서 제외된 경위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 3월 3일자]

최경수 국무조정실 사회수석조정관은 “오는 7월부터 정부기관 등이 주40시간 근무제에 들어가게 됨에 따라 현재 연간 16일인 관공서 공휴일을 2∼3일 줄이기로 했다.”면서 “내년부터 식목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고 제헌절도 전 사업장에 주5일제가 시행되는 2011년을 목표로, 이르면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서 ‘관공서 공휴일’이라는 용어가 눈에 뜨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국경일(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과 ‘관공서 공휴일’에 대해서 구분되어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았습니다.

[관공서 공휴일]

1. 일요일
2. 국경일
3. 1월 1일
4. 설날 전날, 설날, 설날 다음날(음력 12월 말일, 1월 1일, 2일)
5. 4월 5일(식목일) -> 2006년부터 제외
6. 석가탄신일(음력 4월 8일)
7. 5월 5일(어린이날)
8. 6월 6일(현충일)
9. 추석 전날, 추석, 추석 다음날(음력 8월 14일, 15일, 16일)
10. 12월 25일(기독탄신일)
11.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

우리나라 국민들은 특별한 경우가 없는 한 ‘관공서 공휴일’을 ‘공휴일’로 지켜왔습니다. 위의 보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식목일은 [관공서의공휴일에관한규정]에 관한 일이고, 제헌절은 [국경일에관한법률]에 관한 일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식목일’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식목일에 쉬는 것’이 없어졌습니다. 그것도 관공서는 2006년부터 쉬지 않는다는 의미가 정확한 표현인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관공서 공휴일을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고 지켜왔다는 사실입니다. 관공서가 쉬건 쉬지 않건 국민들이 이래라 저래라 참견할 바 아니지만, 국민으로서는 관공서가 쉬지 않기 때문에 ‘식목일에 쉬지 않고,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생활’로 바뀐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쉬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식목일의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국민 대다수가 지켜야 하는 ‘공휴일’ 제도가 새롭게 변경되거나 시행되는 과정 속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과정이 아쉽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공서 공휴일’의 제정과 개정은 단순히 관공서 관계자들이 합의해서 결정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관공서 공휴일’을 국민 전체가 함께 지켜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공서 공휴일’의 개정 기준이 해당 관공서 관계자들에게만 해당된다는 사고방식은 주5일제로 인하여 축소 방침이 결정되었을 것이고, 나아가서 공휴일의 축소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관공서와는 무관한 전체 국민이 함께 짊어지고 부담해야 하는 결정으로 되어 버렸습니다.

주5일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앞으로 공휴일을 줄여나간다는 정부의 방침과 의도는 이해하겠지만, 제도를 떠나서 제도가 국민들에게 체화되기 이전에 미리 시행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주5일제는 공무원들에게는 의무인지 모르지만 일반 근로자들에게는 아직도 머나먼 이야기로 들립니다.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토요일에 해야 할 일을 금요일 오후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강박관념 때문에 평일의 야근이 더 많이 생기는 현상도 있습니다.

정부가 공휴일을 줄이는 이유 중의 하나로 주5일제를 거론한 것은 노동자들의 노동이나 쉼을 진정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시간’의 관점에서 생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단순한 논리로 주5일제로 최대 52일(토요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공휴일이 몇 개 없어져도 괜찮을 거라는 단순한 수학적 계산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라고 합니다. ‘참여정부’는 국민 하나 하나가 능동적으로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참여 과정 속에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것은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니 의견을 달라고 하고, 어떤 것은 국민들의 참여를 무시하고... 일관성이 없으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질 것입니다.

참여정부가 과연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생활 환경을 깊이있게 바라보고 고민한 결과, 주5일제를 시행하고, 공휴일을 한두 개 제외했는지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공휴일은 높으신 양반들에게는 별 대수롭지 않은 하루일지 모르지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금쪽같은 하루이기 때문입니다. 주5일제 덕분에 토요일과 일요일을 편하게 쉴 수 있는 관공서 관계자들에게는 하루정도 양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야근과 잔업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에게는 소중한 하루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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