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4.18 07:15 수정 : 2006.04.18 07:15

파견업체들이 노동부에 제출한 ‘근로자파견사업 보고서’. 매출액이 빠지고, 사회보험 가입번호가 명화하지 않거나 아예 백지로 제출되는 등 문제투성이다.

노동부 ‘비정규직 실태관리’엉망
다른 업체선 70명 고용하고도 “0명” 거짓 보고…노동계 “법 개정 중단을”

노동부 허가 대상인 합법 파견업체 노동자 현황 파악이 극도로 부실하게 이뤄지는 등 노동부의 비정규직 실태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수 파견업체들이 노동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적힌 노동자 수와 실제 근무 노동자 수가 크게 다른 것으로 밝혀졌으며,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 가입자 현황도 엉터리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계에선 국회통과를 앞둔 비정규직법안 전반이 얼마나 허술하게 준비됐는가를 말해주는 사례라며 법안 반대와 저지 목소리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파견노동자 축소?=파견 노동자 관리 부실은 17일 제종길 열린우리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경인노동청 안산지청과 관할 파견업체를 확인취재한 결과 밝혀졌다. 안산지역 파견업체 가운데 무작위로 10곳을 골라, 보고서 내용과 실제 일하는 파견노동자 수를 확인해본 결과 절반인 5곳에서 적게는 20여명에서 많게는 100여명까지 차이를 보였다.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의 ㄱ파견업체는 지난해 6월 말 노동부에 제출한 ‘근로자파견사업보고서’에 파견노동자를 0명으로 적었으나 업체 대표와 직원 모두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70여명을 고용했다”고 답했다. 같은 지역 ㄴ업체도 보고서의 파견노동자는 58명이지만, 업체 대표는 “지난해 평균 100~150여명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또 ㄷ업체의 경우, 노동부 보고서엔 지난해 6월 현재 파견노동자 150명에 매출액 1억원으로 표시했으나, 세무사 사무실에 낸 자료엔 같은 기간 매출액을 무려 3억2천만원으로 잡은 것이 확인됐다. 제 의원실은 “파견업체 매출액은 거의 파견노동자 임금에 따라 결정된다”며 “매출액 차이만큼 파견노동자 수도 달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월평균 200~300명의 파견근로자를 고용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영세한 파견업체로선 4대보험 가입 등 비용 문제 때문에 노동자 수를 축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당연히 노동부의 합법 파견 노동자 현황 통계치에도 의혹이 제기된다. 노동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파견노동자가 5만7384명(안산지역 4800명)이라고 최근 발표했지만, 실제보다 크게 축소됐을 가능성이 크다.

◇4대보험은 과대집계?=파견노동자의 4대 보험 가입 관리 또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산재·고용보험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 안산지사 확인 결과, 이 지역 ㄹ과 ㅁ업체는 각각 100여명, 150여명의 파견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으면서도 산재·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두 업체 모두 5명씩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ㄹ업체는 5인 미만 사업체만 대상이 되는 산재보험 징수특례 혜택까지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노동부 집계에선 이들 업체 고용 노동자 모두가 산재·고용보험 가입자로 계산돼왔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부는 개별근로자가 아닌 업체를 관리하기 때문에 파견업체가 (4대 보험에) 가입했다고 보고서를 제출하면 일단 모든 근로자가 가입했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재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은 모든 사업장이 관련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법정보험이지만, 지난 98년 파견법 제정 이후 1153개 합법 파견업체에 대한 노동부 차원의 일제 점검이 단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는 등 사실상 사각지대로 방치돼온 탓이다. 제 의원실은 “부실한 파견업체 현황파악 문제는 안산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심각한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해 말까지 파견업체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분석하면 매출액 등 기재사항 누락, 사회보험 가입번호 불명확, 보고서 백지 제출, 사용사업체 축소 등 곳곳이 문제투성이였다.


◇커지는 노동계의 비판?=노동계는 비정규직법안 국회통과 문제와 관련지어 한층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법사위 상정을 놓고 노동계와 정치권이 격렬하게 대치중인 비정규직법안은 파견법 개정안에서 시행령 등을 통해 파견업무를 일부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파견대상 확대는 관리 부실을 더욱 깊게 할 뿐이라고 반발했다.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부가 합법파견 현황파악도 못하면서 파견업무를 확대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비정규직법안의 핵심쟁점인 사용사유 제한의 효과와 관련한 노동부의 실증적 검토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점을 함께 들며, 비정규직법안 전반의 신뢰도와 효과를 문제삼고 있다. 임재경 서울지역일반노조 위원장은 “이미 있는 근로기준법도 안지키는 현실을 도외시한채, 법을 일단 바꾸면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철저한 사전 점검을 요구했다.

한편,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 3월까지 파견업체 조사권 자체가 없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했다”며 “올해 노사지원과 신설 등으로 감독이 강화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소연 손원제 기자 dandy@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