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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29 09:37 수정 : 2006.04.29 09:37

구조조정 ‘파리목숨’에 부당전직 일쑤
“억울한 상황 맞서자” 잇단 노조 설립

“김 부장님 어서 오세요.” “강 차장님 연설하셔야죠.”

지난 22일 오전 대전 유성구의 한 장급 호텔에선 독특한 노조 창립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일반직 지회. 조합원 19명의 미니 지회였지만, 참석자들은 모두 40~50대 현대차 부장·차장·과장들이었다. 이들은 이날 강석권 차장(광주본부 택시판매팀장)을 지회 대표로 뽑고, 중간 관리자 부당 배치전환 중지와 징계 철회 등을 회사 쪽에 요구했다.

과장급 이상 중간관리층의 노조 가입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아자동차에서도 과장·차장·부장들만의 노조가 탄생했다. 현재 전국금속노조 기아차 일반직 지회 가입자만 90여명이다. 지엠대우차와 대우버스 사무직 지회에도 과장급 이상 조합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들 역시 지난해 7월과 12월 각각 창립한 전국금속노조의 신설 지회다. 이상우 전국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 사업국장은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면서 사무직 중간관리층의 노조 설립과 가입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아직 사업장 안 복수노조가 허용되지 않아, 이들은 회사 안 노조가 아닌 산별노조 별도 지회로 가입하고 있다.

사오정, 오륙도, 삼팔선 따위의 심란한 신조어들이 횡행하는 기업 분위기가 중간관리층의 신종 ‘반란’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동안 중간관리층은 노조 무풍지대이자, 생산직 노조에 맞서 회사 쪽 입장을 관철시키는 구실을 맡아왔다. 그러나 갈수록 회사 쪽의 구조조정 압력이 고임금의 비조직 중간관리층에 집중되면서부터 스스로 이에 맞설 단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강석권 현대차 지회 대표 역시 초년 차장 때는 울산공장에서 점거투쟁을 하던 노조 위원장을 징계해고하는 일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회사 쪽의 갖가지 조기퇴직 압력을 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퇴직을 거부하자, 전주에서 대전, 강원도로, 다시 광주로 발령내는 등 회사의 부당행위가 2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노조가 있는 생산직과 달리, 우리들은 파리 목숨이 될 수밖에 없는 게 너무 억울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생산직과 일반관리직이 섞여 있는 제조업체에서 두드러진다. 이상우 국장은 “금융사무직 노조와 달리 제조업 노조의 경우, 단협을 통해 일반직 과장 이상은 노조 가입 대상에서 배제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중간관리층은 노조 보호가 없어 구조조정 압력에 훨씬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 중간관리층 노조 설립이 불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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