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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9 20:36 수정 : 2006.05.09 22:34

또 노동자 죽음 내모나
2004년보다 7배 늘어…88%가 비정규직 대상
노조 억압수단 변질…노동부 개선약속 말로만

2003년 1월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가 몸에 불을 붙여 목숨을 끊었다. “재산·급여 가압류, 노동조합 말살 …. 이제 이틀 뒤면 급여날이다. 6개월 이상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뒤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은 없을 것이다.” 그의 유서엔 회사 쪽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에 따른 압박감과 죽음을 결심한 이의 막막한 절망이 배어났다. 두산중공업은 당시 불법 파업에 따른 손실을 이유로 노조원들에게 6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배씨 사건으로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는 손배가압류 남용 방지 등의 사회협약을 맺었다.

3년여 지난 지금, 노동현장에 다시 손배·가압류 공포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 한 해 기업체가 노조활동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450억원에 이른다. 민주노총이 집계한 자료를 근거로 <한겨레>가 회사 쪽 확인을 거친 액수다. 2004년 67억원보다 일곱 배, 2003년 115억원에 견줘도 네 배 가까이로 치솟았다.

손해배상의 87.7%(395억원)는 비정규직에 집중돼 있다. 배씨는 그나마 정규직이었다. 현대하이스코 72억원, 기륭전자 25억원, 하이닉스-매그나칩 14억원, 레이크사이드 컨트리클럽 5억원, 익산컨트리클럽 4억원 등이다. 김동우 민주노총 조직국장 해석으로는 “최근 노사쟁의가 불법파견, 특수형태 종사자 노조 인정 등 비정규직 중심으로 이뤄져서”다.

거액의 손배 청구에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심경은 참담하다. 익산컨트리클럽의 경기보조원(캐디) 김미희(가명)씨는 집 전화번호가 휴대전화에 뜨면 전화를 받지 않는다. 회사에서 부모님 이름의 전셋집을 가압류한 뒤, 하루에도 몇 번씩 걸려 오는 “노조 좀 때려 치라”는 부모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다. 그는 “죄없는 부모님까지 피해를 입혀 죄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기륭전자 계약직 해고자인 이상희(가명)씨는 모든 통장 잔고를 ‘0’으로 정리했다. 가족 생계비마저 가압류를 당할까 걱정해서다. 그의 한 달 월급은 64만원 남짓하다. 그러나 회사 쪽은 “노조의 공장 점거, 집회 등으로 업무 차질과 피해가 막대했고,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며 막무가내다.

비극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3년 배씨에 이어 10월엔 김주익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이해남 세원테크 노조위원장이 잇따라 목을 매거나 분신했다. 장석대 변호사(금속연맹 법률원)는 “손배 청구가 노조 활동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또다시 죽음으로 저항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3년 전 노동부는 제도개선을 약속했지만, 지금껏 월급 가압류 한도를 최저생계비 이하로 제한하는 것말고 어떤 후속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손배·가압류 현황조차 집계하지 않고 있다. 강문대 변호사(참터 종합법률사무소)는 “신원보증인의 배상책임 제외, 적법한 쟁의 활동일 경우 손배 배제 등 대책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소연 손원제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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