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4 19:42
수정 : 2006.06.14 19:43
구조조정 거치며 높아진 ‘벽’
부당대우 해결하며 허물었죠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회사가 제공하는 무료건강검진을 받고, 누구는 받질 못했다. 노동절 축하금도 30만원과 10만원으로 차이가 났다. 이유는 단 하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차별’ 때문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노동조합은 이런 비정규직 차별문제에 도전해 5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캠코 노동자들은 지난 13일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통합을 선언했다. 임명배(42) 노조위원장은 14일 “한 기업 안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두 노조가 통합한 것은 노동계 전체를 통틀어 유례를 찾기 힘들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임 위원장이 2001년 말 노조위원장 선거에 나선 것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어서였다. 인사과장으로 있으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캠코는 원래 400명 정도의 정규직 직원이 근무했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 정리기금 관리업무를 떠안으면서 인원이 1700명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부실채권 업무가 급격히 줄어든 2002년께부터 계약직 동료들은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했다.
임 위원장은 “당시 계약직 동료 문제에 대해 사용자 쪽은 ‘잘라내면 된다’고 생각했고, 정규직 노조는 ‘우리 문제가 아니다’며 방치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동료들 가슴 속에 ‘벽’이 쌓이며 조직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비정규직한테 조합가입의 문을 열어주는 것을 해결책으로 보고 2004년 정규직 조합원 설득에 들어갔다. 비정규직이 보호받지 못하면 결국 정규직도 보호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벽은 단단했다. 집행간부들마저 “내 파이를 나눠줄 수 없다”며 반대했다. 1년이 넘는 설득 끝에 2003년 6월 ‘5, 6급 비정규직 직원 370여명의 노조 가입’을 승인받았다. 사용자와 교섭을 벌여 비정규직 임금 수준을 정규직의 50%에서 80%로 끌어올렸다. 각종 복지혜택의 차이도 거의 좁혔다.
고비도 있었다. 2004년 5월 노조가입 자격이 주어지지 않은 나머지 3, 4급 계약직 직원 등 200여명이 비정규직 노조를 따로 꾸린 것이다. 비정규직 노조는 회사와 번번이 충돌했다. 이 와중에 두 노조 사이의 감정이 틀어져 몸싸움과 성명전이 벌어졌다.
2005년 정규직 노조의 노력으로 비정규직 직원 7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비정규직 쪽에서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고, 결국 노조 통합이라는 결실을 거두었다.
임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현장의 노조가 발벗고 나서야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비정규직 동료는 똑같은 대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회사 단위 노조에서 비정규직 동료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여 함께 싸워주면 갈등의 3분의 2는 해결됩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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