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5 19:55
수정 : 2006.06.25 21:54
2003~2005년 노동자 2607명 조사해 보니
‘삼팔선’ ‘사오정’(38살 퇴사·45살 정년 등을 뜻하는 말)은 30~40대의 심각한 고용 불안정성을 말해주는 신조어들이다. 이 단어들을 통계적으로 입증하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를 보면, 2003년과 2005년 사이 한국 30~40대 남성 임금 노동자의 39.6%는 원래 다니던 직장을 벗어나 실업자가 되거나 다른 직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정호 한국노동연구원 데이터센터 동향분석팀 연구원은 최근 발간된 <월간 노동리뷰> 6월호에 이런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 남성 30·40대 핵심연령층의 고용 안정성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반 연구원은 통계청의 2003~2005년 ‘경제활동인구 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끌어냈다.
분석 결과, 2003년 조사 대상 30~40대 남성 직장인 2607명 가운데 1년 뒤인 2004년 같은 직장에 몸담고 있는 비율은 73.3%(1910명), 2년 뒤인 2005년에도 동일 직장을 계속 다니는 비율은 60.4%(1574명)에 그쳤다. 이는 2년 뒤에도 한 직장에 계속 다니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비율 48.3%보다는 높은 수치이지만, 외환위기 직전인 1995~97년 실시된 조사에서 2년 뒤 동일한 직장을 유지한 남성 직장인 비율이 74.5%로 나타난 것에는 크게 못 미친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관리본부장은 “비록 같은 연령층을 직접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30~40대가 남성 직장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외환위기를 계기로 그만큼 노동시장의 고용 안정성이 크게 흔들렸다고 볼 수 있다”며 “고용 불안정이 더는 일부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닌 임노동계층 전체의 문제임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특히 조사 대상 30~40대 남성 가운데 가구주 비중은 92.6%에 이르러, 고용 불안정성 증대의 충격파가 가정경제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는 세대적 특성을 드러냈다.
직장유지율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로는 학력과 정규·비정규직 여부, 노조 가입 여부 등이 꼽혔다. 대졸 이상 노동자의 2년 뒤 직장유지율이 72.2%인 반면, 중졸 이하는 39.5%에 그쳤다. 또 노조에 가입한 경우 2년 뒤 직장유지율이 81%였으나, 비가입 노동자들은 54.7%에 머무는 등 고용 안정성의 양극화 또한 깊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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