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나도 임금을 받고 일을 하는 사람이니 열심히 하긴 했지만 실은 점주에 대해서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그들이 말하는 최저임금은 3100원이 아니었다. 최저임금을 자기들이 임의대로 정한 것 같았다. 일을 시작할 무렵 나는 그 일을 아주 가볍게 생각했었다. 자리에 앉아 바코드나 찍는 직업으로 생각했으니까. 나는 하루에 11시간 30분 동안 일을 했다. 컴퓨터로 되어있는 계산대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물건을 바꿀 때는 먼저 산 물건을 반품하는 것처럼 해야만 했다. 하나하나 바코드로 찍어 반품으로 계산을 하고 바꿀 물건은 따로 계산을 해야 했다. 게다가 가맹점 카드를 제시하면 할인을 해 주거나 적립을 하는데 처음에는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다. 일을 마치는 아침 시간에 정산을 하면 간혹 계산이 맞지 않았다. 플러스로 나오면 점주가 가지면 되었고 마이너스로 나오면 내가 돈을 메워야 했다. 가게의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할일도 꽤 많았다. 매장의 물건이 팔리면 채워야 하고 새벽이면 매대 청소를 해야만 했다. 매대 청소가 끝나면 물건이 들어오는데 정리하는 것 또한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곤 했다. 점주는 일을 시작하던날 내게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널널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접속할 수도 있구요. 대학생들은 리포트 작성도 여기서 한답니다.” 얼마나 달콤했던 소리던가. 몹시 바빴던 날 아침에 냉장고에 들어갈 물건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핀잔을 들었다. 슬그머니 부아가 나서 밤새도록 바쁘게 일했는데요, 라고 대꾸를 했다. 점주는 인상을 쓰더니 그래서 아줌마들을 안 쓰고 고분고분한 대학생을 쓴단다. 내가 일하는 동안의 매출이 하룻밤 새에 60-80만원 정도였으니 절대 한가할 수는 없었다. 일을 하던 중간에 아는 근로감독관에게 자문을 구했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3100원이며 밤에는 50%를 더 받으니 시간당 4500원. 일주일에 44시간 이상을 일하면 오버 타임으로 따로 받아야 한다. 나는 일주일에 68-69시간을 일했으므로 오버타임의 액수도 꽤 된다. 그러니까 점주가 50만원 이상을 떼어먹는 셈이다. 나는 한달 째 되던 날 임금에 대해 다시 물었다. 시급과 야간수당, 그리고 오버타임. 점주는 길길이 날뛰었다. 법을 잘 아는 것 같은데 법대로 하라는 둥 하더니 당장에 그만두라한다. 점주의 태도를 보던 나는 어느 시대인지 잠시 헷갈렸다. 2000년대가 아니라 1980년대라고나 해야 할까. 삼각 김밥, 라면, 햄버거...평소 잘 안 먹던 그 음식은 나를 질리게 했다. 거길 그만두고 보니 된장국에 먹는 밥이 최고이다. 덕분에 살도 몇 킬로 빠졌다. 다만 아쉬운 것은 마트를 들르던 많은 사람들과의 헤어짐이다. 그들은 나에 대해 물을 지도 모른다. 군대 간다면서 병에 담긴 스타벅스 커피를 사주고 가던 젊은 친구가 생각난다. “어머니, 훈련이 끝나면 다시 뵈어요.” 입대하는 그 청년은 한 달간 훈련을 받아야 한단다. 방위로 간다는데 키가 크고 미남이다. 요즘에 방위는 용모가 되어야 하나보다, 라는 농담을 했었다. 그 청년은 한달후까지 내가 편의점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소장을 제출해야하기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나보다 그 후에 와서 일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그 일을 해야만 하므로...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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