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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1 09:15 수정 : 2006.07.21 09:15

본사를 점거, 농성을 벌이다 20일 밤부터 집단적으로 이탈하기 시작한 건설노조원들이 신원 파악을 위해 1층 로비에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8시45분께 경북 포항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 건물의 점거농성에 참여했다가 1층 로비에 모습을 드러낸 노조원 김모(55)씨.

김씨는 경찰이 제시한 확인서를 작성한 뒤 건물을 벗어나면서도 연방 뒤쪽 건물 꼭대기를 올려다 보더니 결국 "날 알아볼 거"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모자를 벗어 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눌려 떡진 머리에 배관 피트를 타고 내려와 먼지투성이인 온 몸, 코를 찌르는 땀 냄새가 안쓰럽다.

그는 "끝까지 못 싸워줘서 미안하긴 한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게 아니겠느냐"며 "집행부로부터 '잘못 보이면 앞으론 일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당했다"며 두려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1시30분께 본격적으로 노조원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된 뒤 노조원들은 더 이상 두려움이나 망설임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어린아이같이 웃고 떠들면서 친구들을 불러모아 정담을 나누고 가족들에게 전화해 포스코 뒷문 앞에서 보자고 말하기도 한다.

마실 물조차 넉넉지 않은 갑갑한 농성생활에서의 탈출로 인한 해방감이나 경찰의 귀가조치에 따라 사법처리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느끼는 안도감을 나타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21일 오전 2시 1층 로비에 모인 노조원들의 얼굴엔 더 이상 웃음기도 해방감도 많이 사라졌다.

쌓인 피로로 거멓게 탄 주름진 얼굴에 좌절과 패배감이 덧씌워진 표정들이었다.

할 말이 없다며 손사래 치는 한 노조원은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이기지 못할 줄 뻔히 알면서도 남아 싸우는 동료도 있는데 이렇게 나서는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서둘러 로비를 빠져 나갔다.

한 경찰관계자도 "일단 상황이 종료된 셈이니 다들 빨리 집으로 보내 푹 쉬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연합뉴스) 특별취재팀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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