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상 재개 전망 불투명
해마다 사용자측과 대립해 파업 또는 파업 일보직전까지 몰고가는 등 초강성으로 알려진 포항지역건설노조가 세계 철강산업의 메카인 포스코 본관 점거농성에서 21일 사실상 패배해 지도부 와해 위기를 맞고 있다.1989년 4월 민주노총 산하로 설립된 포항지역 건설노조는 원청업체인 포스코건설과 용역 계약을 맺고 있는 기계(33개사), 전기(30개사), 철근.목공(7개사)협의회 소속 사업장에 근무하는 3천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다.
포항지역 건설노조는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와 저임금으로 생활난에 시달리는 데다 고용불안이라는 특성 때문에 타 단체에 비해 결속력이 비교적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때문에 2004년과 2005년에도 교섭이 결렬되면서 한 달 이상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임금(총액대비) 15% 인상과 주 5일근무 및 토요 유급휴가 도입 등을 요구하며 지난날 30일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지난 13일부터는 협상 당사자도 아닌 원청업체 포스코 본관을 무단점거해온 노조의 농성이 21일 새벽 별다른 성과없이 와해되면서 지도부가 대거 경찰에 검거돼 노조측의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포스코측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노조 지도부를 고발해둔 상태인데다 포스코측이 수천억대로 추정되는 손해배상 청구까지 고려 중이어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노조 지도부가 향후 비대위를 구성하는 등 제자리를 찾는데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농성 와해 과정에 상당수 노조원들이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와 혼선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일부는 자진 귀가를 희망하면서도 지도부와 강성 노조원들의 강압에 떠밀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농성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히는 등 지도부와 일반 노조원들 사이에도 높은 불신의 장벽이 쳐진 것으로 알려져 지도부의 정상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일례로 지도부의 방침에 반발해 농성장을 이탈하는 노조원들이 잇따르자 지도부는 사수대와 실천단을 구성, 건물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을 지키게 해 20일 새벽에는 한 노조원이 사수대가 휘두른 쇠파이프에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리며 1층 로비에 나타나기도 했다.
21일에도 자진 귀가하던 노조원들은 길목 길목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지키는 강성 노조원들을 피해 배관 구멍과 서류 운반용 엘리베이터 속을 기어내려와야했다.
이날 새벽 현장을 빠져나온 한 노조원은 "집행부의 장난에 놀아나 배신당한 느낌"이라며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여과 없이 표출했다.
노조원들의 이 같은 반응은 당초 노조가 지난달 30일 총파업 돌입 전에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찬성률이 통상적인 파업 돌입 노조의 찬성률보다 저조한 66.47%에 불과해 파업 동력 자체가 미약했으나 지도부가 포스코 본관 점거라는 초강수를 감행한 것에 대한 불만도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지난 4일 열린 제15차 임단협 이후 중단된 대한전문건설협회 포항시협의회와의 노사 협상 재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포항시협의회측은 "노조가 향후 비대위를 구성, 교섭 재개를 요구해오면 대화에 응할 생각이지만 현재는 노조 지도부가 부재인 상황이어서 교섭 재개 요구가 언제쯤 들어올 지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덕기 기자 duck@yna.co.kr (포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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