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성과금.임금체계 등 관례 깨
현대자동차 노사가 파업으로 인한 엄청난 생산손실 끝에 올해 임금협상에 잠정합의한 가운데 합의 내용에 의미를 부여할 만한 부문이 있다. 7만원대 임금인상과 성과급 차등지급, 직무에 맞는 임금(수당)체계 도입 등이 그것으로 매년 8만∼9만원대의 높은 임금인상과 생산실적에 관계 없이 지급해 온 성과금, 직무 구분없이 거의 동일했던 임금체계에 비하면 적지 않은 변화다. ▲ 7만원대 임금인상 = 막판까지 기본급 인상 문제로 줄다리기 한 끝에 7만8천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에 합의했다. 회사는 7만원대 인상을 고수하려 했고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9만원대 인상을 들며 추가 인상을 요구했으나 결국 노조가 악재가 겹친 세계 자동차업계와 회사의 경영사정에 어느 정도 수긍한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2만5천524원(9.10%) 인상을 요구했고 회사는 지난 11일 6만500원 인상을 처음 제시해 이견에 따른 난항이 예고됐다. 회사는 환율하락과 고유가,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세계 자동차업체의 합종연횡과 구조재편이 잇따르고 있는 환경을 들며 임금인상 최소화를 호소했으나 협상도중 인근 현대중공업이 9만원대 인상에 합의하는 바람에 상황이 더욱 힘들어졌다.회사는 그래도 경영사정에 맞게 임금을 인상한다는 선례를 남기기 위해 기본급 인상을 최소화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아 합의를 이끌어 냈다. ▲ 성과금 차등지급 = 현대차는 매년 200∼300%의 성과금을 지급했으나 실제 경영성과와 관계없는 일시금이었다. 노조는 올해도 성과금으로 당기순이익 30%를 요구했다. 2000년대 들어 노조는 매년 이와 같은 수준을 요구하고 회사는 성과금 200∼300%에다 격려금 명목의 일시금을 따로 지급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기본 성과급 100%에다 생산목표 176만7천대 달성시 150%, 95% 달성시 100%, 90% 달성시 50%의 성과금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미흡하지만 무조건 일정액을 지급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실적에 따라 성과금을 지급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직무급 임금체계 도입 = 합의안 가운데 생산, 정비, 영업, 연구, 일반직 등에 따라 임금체계를 달리하기 위해 직무수당을 신설하거나 이미 수당을 받고 있는 부서는 노동강도에 맞게 조정하기로 한 대목도 눈여겨 볼만 하다. 노사가 공동으로 연말까지 직무조사를 실시한 뒤 1인당 평균 7천원의 재원으로 직무수당을 신설 또는 인상 조정하기로 한 것. 회사는 지금까지 직군이나 직무에 관계없이 거의 동일하게 임금과 수당을 지급해 왔는데 이처럼 획일화된 임금체계 때문에 컨베이어라인 등 노동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근로자들이 "일은 힘들게 하고 임금은 같이 받느냐"며 불만을 터트려 왔다. 이번 합의에 따라 노동강도가 강한 생산라인에 수당을 많이 주는 등의 인센티브가 부여되면 힘들게 일한 만큼 임금도 많아 근로의욕이 생기고 또 돈을 벌기 위해 힘든 부서로 가겠다는 근로자들도 생길 것으로 보여 직무순환의 동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이 든 근로자가 일이 쉬운 부서로 이동하기 쉽게돼 생산현장의 고령화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이들 합의는 쉴새 없이 컨베이어가 돌아가는 생산라인의 특성상 회사가 생산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던 현실에서 이제부터라도 원칙을 바로잡아 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서진발 기자 sjb@yna.co.kr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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