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6 19:21
수정 : 2006.08.0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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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34.2도의 폭염 속에 경북 포항시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 ‘포항건설노조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고 하중근씨 영정을 들고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건설산업노조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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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근씨 사망 공방… 건설노동자들 분노
“열쇠 쥔 포스코 꿈쩍안해” 재충돌 우려도
‘포스코 사태’는 산넘어 산
포항이 여전히 들끓고 있다.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은 해산됐지만 포스코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4일 포항건설노조와 민주노총 주최 대규모 집회에선 경찰과 충돌로 100여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오는 9일에도 또 한번의 ‘총궐기’가 예정된 상황이다. 일촉즉발, 마주 보고 달리는 두 기관차를 바라보는 아슬아슬한 위기감이 포항엔 짙게 드리운 듯했다.
포스코 건설현장에서 일한 지 13년째라는 이아무개(47)씨는 경찰 진압과정에서 쓰러져 숨진 하중근씨 얘기가 나오자 “맞아 죽은 사람만 있고 때린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정부고 포스코고 확 뒤집어엎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포항건설노조 파업은 6일로 37일째를 맞았다. 하지만 아직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처음 노사 쟁점인 임금인상과 토요유급휴무제에다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으로 손배가압류와 구속자 처리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하중근씨 사망 책임 공방까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형산강 건너편에 그림처럼 펼쳐진 포항제철 건설현장 공사는 벌써 20여일째 전면 중단 상태다. 포스코 본사 점거 해산 뒤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던 노조 파업 참여자는 3500여명, 처음 그대로다. 문제를 풀기 위한 그 ‘첫발’이 포항에서는 좀처럼 떼어지지 않고 있다. 오희택 건설산업노조연맹 조직국장은 “하청인 전문건설업체와의 교섭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포스코는 꼼짝도 않고 있다”며 “포스코가 나서지 않으면 대화는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포스코를 움직이려면 또 한번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강경론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토목 노동자 박아무개(52)씨는 “건설현장 농성 등 뭔가 일을 또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많은 조합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파국을 막으려면 노사정과 시민사회 전체의 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근거다. 포항/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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