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0 19:06
수정 : 2006.08.20 20:51
10개 지역본부장 “연맹 가입비 대납 위원장 고발”
한국노총 소속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화학노련)이 선거부정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4월15일 치러진 노련 위원장 선거에서 ‘유령’ 대의원 등록, 연맹 가입비 대납 등 부정 행위가 저질러졌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으며, 20일 현재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6월 노조 위원장이 선거비리 혐의로 구속됐던 민주노총 소속 쌍용자동차 노조 사건에 뒤이은 이번 사태는 전개 방향에 따라 노동계 전체의 도덕성 훼손 시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화학노련은 458개 노조, 10만3천여 조합원이 가입한 한국노총의 핵심 산하 연맹의 하나다.
아직도 이런 일이=이번에 드러난 선거 부정 방식은 가짜 대의원을 몰래 등록시켜 투표에 참여케 하는 것인데, 취재 결과 확인된 위장·유령 대의원만 6명에 이른다. 이들 중 3명은 박아무개 현 화학노련 위원장이 소속된 ㅇ제지 노조원들이 해산되거나 활동이 정지된 노조의 대의원으로 위장 등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선거 당시 강북공영 노조는 김아무개씨, 성신양회협력업체 노조는 손아무개씨, 대한도시가스광주관리소 노조는 김아무개씨를 대의원으로 등록했다. 그러나 강북공영 노조와 광주관리소 노조 쪽은 모두 “노조원 가운데 그런 사람이 없다”며 대의원 등록 사실을 부인했다. 성신양회협력업체 노조의 전 위원장만이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반면, ㅇ제지엔 이들과 같은 이름의 노조원들이 재직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개입했거나, 제3자에 의해 이름이 도용됐을 가능성이 모두 있다. 당사자 확인 결과, 두 김씨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고, 손아무개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예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유령’ 대의원도 3명이 있었다. 합동석유 노조 김운규, 한화기계 정홍수, 한창산업 강성현 대의원은 해당 노조 모두 “그런 사람이 없고, 대의원 등록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누군가가 가짜 대의원을 등록시킨 것이다.
박 위원장 개입은?=화학노련 10개 지역본부장으로 구성된 화학연맹정상화추진위원회(추진위)는 박 위원장을 최근 선거부정 당사자로 검찰에 고발했다. 추진위는 “허위 등록 6개 노조의 ‘파견대의원 명단 보고서’에 단위노조 직인 대신 화학노련 직인이 찍힌 점 등이 박 위원장 개입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21개 단위노조의 연맹 의무금 233만원이 박 위원장 계좌에서 인출된 돈으로 대납됐다”며 “21일 박 위원장을 추가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나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 “내가 2위에 15표 앞서 당선한 만큼, 일부 문제표를 빼도 당락에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추진위 쪽은 “출석 대의원의 과반수(235명)로 본다면 5표를 더 얻었을 뿐이며, 부정행위가 있었던만큼 선거무효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선거부정 의혹이 또 불거져 곤혹스럽다”면서도 “아직 노련 쪽의 공식 요청이 없어 직접 조사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밝혔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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