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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7 08:06 수정 : 2006.09.07 08:06

노사관계 로드맵 관련 기업별 이해관계 차이

‘복수노조-전임무임 5년유예’ 희비 갈리는 재계

최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로드맵) 합의를 둘러싸고 재계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모두 5년 더 유예하기로 한 데 대해 삼성 쪽은 반색을 하고 있으나 현대차 쪽은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국내 대표적 ‘무노조’ 기업인 삼성한테는 이번 합의가 여러모로 유리하다. 노조가 없으니 전임자도 없으므로 사용자 쪽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이 계속 허용된다고 해도 삼성엔 추가 비용 부담이 없다.

대신 ‘복수노조 허용 유예’는 삼성엔 구원의 손길이나 마찬가지다. 아예 노조가 없는 삼성전자 같은 계열사도 있지만, 상당수 삼성 계열사는 ‘복수노조 금지’를 활용해 이름뿐인 친회사 쪽 노조를 먼저 등록시켜, 다른 노조의 등록을 가로막는 방식을 써 왔다. 삼성 관계자는 “내년 1월1일 복수노조 시대가 도래해 동시다발적으로 노조 설립 움직임이 일게 되면, 이를 일일이 막을 수는 없게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며 “5년 유예는 우리로서는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 앞서 삼성은 올 5, 6월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을 각각 경총에 가입시키는 등 발빠른 사전 대응을 벌였다. 노사관계의 사쪽 대표로 로드맵 논의의 한 축인 경총 안에서의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번 ‘유예’ 합의 뒤 재계와 노동계에서 ‘삼성의 경총 접수’라는 분석이 제기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이번 합의에 격앙된 표정이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4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규모에다, 18년째 매년 파업투쟁을 해온 ‘강성’으로 꼽힌다. 사쪽은 내년부터는 212명에 이르는 노조 전임자 임금 116억원을 안 줘도 되는데다, 복수노조 설립을 통해 온건 조합원들이 기존 노조와는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은근히 기대해 왔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경총의 전격적인 ‘유예’ 합의로 뒤통수를 맞은 모양이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합의 사흘 전까지도 경총에서 우리에게 걱정말라고 했다”며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현대차 내부에선 경총에 계속 가입해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 쪽은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이번 합의는 개별 사업장의 이해를 떠나 재계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경총 관계자는 “그동안 로드맵 논의 결과, 이대로 가면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노조 공세로 유명무실해지는 반면, 복수노조 허용으로 교섭 부담은 더 커지는 상황이 우려돼 내린 결정”이라며 “전경련에 이어 경총마저 삼성 쪽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시각은 오류”라고 말했다.

재계와 노동계에선 이번 합의가 삼성과 포스코 등 노조가 없거나 무력한 기업, 엘지전자 같은 온건노조가 있는 기업에 유리한 반면, 현대·기아차와 대우차·쌍용차 등 강력한 노조가 있는 기업에는 불리한 것으로 분석한다.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확정을 앞두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노간 신경전 못지 않게 대기업들 사이의 공방도 점차 가열되는 분위기다. 손원제 박순빈 홍대선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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