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5 19:55
수정 : 2006.09.15 19:55
|
“탄압 멈추면 내려가겠다” 지난달 31일부터 보름 넘게 7 높이의 서울 올림픽대교 주탑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14일 오전 <한겨레>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전임자 임금 요구에 공갈죄 적용”
검찰, 노조간부 구속 표적수사 의혹
“원청사와 단체협약을 갈취라니”
서울 광진구 구의동과 송파구 풍납동을 잇는 올림픽대교 중앙 7 높이의 ‘88올림픽 기념주탑’에서 건설 일용노동자 3명이 15일 현재 보름 이상 농성을 벌이고 있다. 물과 음식을 밧줄로 ‘공수’받아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이들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대교 꼭대기에 올라갔는가?
농성 중인 김호중(40) 건설산업연맹 토목건축협의회 의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노조가 원청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해 전임자 임금을 받은 것이 공갈·협박에 의한 갈취라며 검찰이 노조 간부들을 구속했다”고 말했다. 농성 노동자들은 “공안탄압을 중단하지 않으면 내려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 왜 구속했나?=수원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23일 경기건설노조 부위원장 조아무개씨 등 3명을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14일 오후에는 이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경기건설노조 출신)이 같은 죄목으로 구속됐다. 수원지검은 “이들이 사용자도 아닌 건설업체(원청)에 노조 전임비를 지급하는 합의서 체결을 요구한 뒤, 응하지 않으면 안전모 미착용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 장면을 촬영해 노동사무소에 고발하거나 공사를 방해하는 수법으로 돈을 받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일용노조 간부들의 구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10월 대전·천안건설노조 각 6명·2명에 이어 2004년 7월 천안건설노조 6명, 올해 6월 대구건설 6명 등 22명이 같은 이유로 구속됐다.
교섭방식과 협박의 차이=검찰의 ‘협박’ 주장에 대해 노동법 전문가들은 ‘교섭방식에 대한 시각차’라고 지적한다. 도재형 강원대 교수(법학)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한 노사는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방을 설득하고 각종 논거를 제시하는 한편, 때로는 회유와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며 “검찰이 건설현장 노사 간의 단체교섭 기법을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섭이나 파업과 관련해 공갈죄를 적용하는 것은 19세기 유럽에서나 있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원청 회사의 사용자성과 관련해 “노동관계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보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검찰 기획수사?=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원청 건설사의 고소·고발이 없었는데도 수사에 나섰다. ‘표적수사’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조정철 수원지검 부장검사는 “올해 초 건설회사 비자금 사건을 조사하는 중 노조에 일정하게 돈이 들어간 것을 확인해 수사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은 한 건설업체 인사노무 담당자는 “내가 (노조에) 협박당한 사실이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도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조사를 해 결국 (검찰이) 원하는 대로 해줬다”고 증언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