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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9 21:36 수정 : 2006.09.19 21:36

온건파 지도력 한계 노출…강경파 득세
정치투쟁 강화…勞政ㆍ勞勞 갈등 심화
"`모 아니면 도'식 사고방식 국민외면"

민주노총이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최종 협상에서 배제된 것을 계기로 사회적 대화 중단과 전면 투쟁을 선언하면서 노정(勞政) 및 노노(勞勞)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이 19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부와 한국노총, 경영계 등이 지난 11일 비공식 회의를 통해 로드맵을 타결시킨 것은 `밀실 야합'이라고 규정하고 11월 총파업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서고 정부 및 경영계와 로드맵을 합의한 한국노총과의 연대를 깨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온건파로 분류되던 조준호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도 사회적 대화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해 단위 노조 차원에서 진행되던 민주노총의 투쟁이 중앙 차원에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저지 등 정치투쟁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 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이 관행적인 파업과 강경 위주의 투쟁을 고집하면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악화된 국민 정서를 더 자극해 결국 노동운동이 설 땅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대화 중단, 투쟁 올인" = 조준호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조합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왔지만 정부가 먼저 대화의 판을 깼다"며 "대화가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만큼 로드맵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등을 위한 투쟁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다 중도 하차한 이수호 전 위원장의 정신을 계승한 조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로드맵 등 각종 노동현안을 놓고 민주노총내 강경파와 온건파 모두 투쟁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 위원장이 강경 투쟁 기조로 선회한 것은 보궐선거로 선출돼 1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지도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는 데다 로드맵 협상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배제된 것을 놓고 조직 내부에서 사회적 대화에 대한 강경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온건파 출신인 민주노총 지도부가 강경 기조로 돌아서면서 민주노총의 투쟁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현대차 노조와 철도노조 등 단위 노조 차원에서 파업 등의 투쟁을 벌여왔을 뿐 중앙 차원에서는 제대로 투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와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오던 조 위원장 등 지도부가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하고 전면 투쟁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노사관계 로드맵이 국회에서 본격 논의되는 11월 중순을 전후해 노정 간 파열음이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내년 1월 진행될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강경파 출신의 위원장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노동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어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면 노정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초 조 위원장이 보궐선거를 통해 위원장으로 선출될 때만 해도 민주노총내 온건파 지분이 많았지만 현재는 공공연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국공무원노조 등 민주노총 주요 연맹들을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어 차기 위원장은 강경파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로드맵 타결 당시 민주노총 조합원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폭행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는 한국노총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연대를 파기키로 해 비정규직 문제나 향후 로드맵 이행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할 가능성이 높으며 앙금도 상당 기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투쟁 외길, 국민 외면" = 노동 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이 국민적인 공감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한미 FTA와 로드맵 등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투쟁 기조를 고집하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노동단체가 국가나 정당 등의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마저 정치 투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면서 지나친 정치 투쟁은 노동자에게 실익이 없는 것은 물론 노동운동의 순수성에 대한 회의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 노조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대기업 노조들이 비정규직 근로자 권익 보호 등을 주장하고 있으나 임금협상 등을 통해 과도하게 자기 몫을 챙기는 과정에서 오히려 관련 하청업체 근로자와 다른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글로벌 경쟁체제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노사가 막대한 이익에도 불구하고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년 간 임금을 동결한 사례 등을 국내의 대기업 노조가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사회적 대화 등을 통한 협상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라며 "민주노총이 `모 아니면 도'라는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국민과 동떨어진 운동을 지속하면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합리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정부는 섣부른 타협을 주선하면 안되고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기업도 임기응변식으로 노조에 대응하는 등의 주먹구구식 노무관리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영복 기자 youngbo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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