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67.6% 찬성, 82일만에 정상화
포항건설노조 파업사태가 파업 82일만에 종결됐다. 포항건설노조는 최근 노사 양측이 도출한 잠정합의안에 대해 20일 오전 10시부터 노조원 1천633명이 참석한 가운데 3차 찬반투표를 실시, 67.6%인 1천104명이 '잠정합의안 수용과 파업 종결' 의사를 밝혀 파업을 종결한다고 밝혔다. 반대는 519명, 무효 10명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포항건설노조 파업사태는 지난 6월30일 파업에 들어간 이후 82일, 지난 8월12일 노조집행부의 잠정합의안 거부 이후 39일만에 완전 타결됐다. 노조의 파업종결 선언으로 노조원들이 일제히 작업현장에 복귀하게 돼 그 동안 중단돼 온 포항제철소내 34개 현장의 공사가 일제히 재개되게 됐다. ▲전기.기계 이어 토목.목공도 합의 = 건설노사는 지난 주말과 휴일 협상에서 전기.기계분회의 경우 임금 5.2% 인상 등 지난 달 12일 잠정합의안에서 '조합원 우선 채용' 조항만 바뀐 내용을 추가해 6개항에 합의했다.합의안에 따르면 임금은 기술자의 경우 정액 5천원 인상하고 여성근로자는 일당 4만5천원 이상 지급키로 했다. 이에따라 기계분회의 기술자는 기존 일당 9만7천원에서 10만2천원으로 5.15%, 전기분회는 9만4천원에서 9만9천원으로 5.32%가 올라 평균 5.2%가량 인상되며 기술보조자는 기술자의 인상률을 적용키로 했다. 쟁점이 된 토요 유급제는 인정하지 않는 대신 토요일 오후 3시까지 근무하면 하루로 인정해 일당을 지급하고 오후 5시까지 근무하면 일당의 1.5배를 지급하기로 했다. 파업 종결 후 당초 200명선까지 포스코 출입을 제한할 것이라는 노조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조지도부와 절도,폭력 등 형사처벌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노조원들의 출입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재하청은 회사가 일체 재하청을 줄 수 없으며 이를 어길시 계약을 무효로 하고 시공자 참여제도는 현재 건설산업 기본법이 입법예고된 상태에서 앞으로 정부가 정하는 법에 따르기로 했다. 또 노사가 마지막까지 끌어온 노조원 우선 채용부분은 '사용자측이 작업장에 근로자를 고용할 때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사측은 앞으로 작업자 채용시 조합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채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밖에 외국인 고용은 2008년까지 일체의 해외동포를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지 못한다고 합의했다. 노사는 이와 별도로 지금까지 분회로 인정받지 못하던 목공분야도 별도협상을 벌여 1일 8시간 근로, 일당 3천원 인상, 근로자의 날 유급휴일 인정, 시공참여자제 폐지, 휴게실.샤워실 등 복지시설 증진 등에 합의해 사실상 노조분회를 인정했다. 노동부 포항지청 관계자는 "지난 달 12일 잠정합의안 내용과 크게 다를 것이 없고 일부 사항의 문구만 수정하거나 추가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결-무산-가결의 우여곡절 = 노조는 지난달 12일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파업해결 기대가 높았으나 5시간여만에 노조집행부가 거부하는 바람에 파업사태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파업사태가 장기파업에 따른 노노갈등과 추석을 앞두고 서민경제가 파탄난다는 시민들의 비난여론, 사용자측의 사업포기와 도산우려 등 공멸위기가 확산되자 노조측이 지난 13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결단을 내렸으나 64.5%가 합의안 수용을 부결시켜 또 한번 시민들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부결은 잠정합의안이 '노조원 우선채용'과 '포스코 출입제한자 확대' 등 노조원들이 파업 이후 고용불안 심리가 작용한 것이 원인으로 두가지 쟁점을 두고 노사가 다시 협상에 들어가 출입제한 최소화와 채용시 조합원이 불이익을 받지않고 채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노조가 18일 2차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했으나 협상안을 마련하지 못한 토목.목공분회 소속 근로자 200여명의 반발로 투표 자체가 무산됐으며 19일 토목.목공분회 협상에서 1일 8시간 근무 등 6개항에 전격 합의한 뒤 이날 3차투표까지 오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포항제철소내 공사 정상화 = 파업종결로 그 동안 중단돼 온 포항제철소 내 파이넥스 공장 등 34개 건설공사가 일제히 정상을 되찾게 됐다. 파업에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이달들어 생계난을 겪는 노조원들의 현장 복귀가 이어지면서 19일 1천240명, 이날 1천400여명이 현장에 출근해 무의미한 파업양상으로 변모했다. 노조집행부도 장기파업에 대한 부담과 노노갈등 등으로 파업동력이 갈수록 떨어지자 현장에 출근하는 노조원들을 묵인해 포항지역이 사실상 이미 노조파업이 끝난 것으로 판단했다. 포스코는 최근 현장복귀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합해 하루 3천여명 가량이 출근해 파업이전인 6월말 기준 3천600여명의 80% 수준에 이르고 있고 노조원이 전원 복귀하면 작업준비와 안전교육 등을 거쳐 다음주부터는 정상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포항시.시민 안도와 환영 분위기 = 포항시와 시민들은 건설노조 파업이 종결되자 '늦은감이 있지만 추석전에 마무리돼 다행'이라며 안도와 환영의 분위기를 보였다. 지역 경제계와 상인, 시민들은 지금부터라도 모두 화합해 '파업도시' 포항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지역경제를 다시 살리자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아픈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고 앞으로 모든 시민이 화합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살기좋은 포항시를 만드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 김모(43)씨는 "노조원들도 같은 포항시민"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화를 통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고 지역민이 화합해 포항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임상현 기자 shlim@yna.co.kr (포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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