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노동조합은 22일 차기 사장 선출을 위한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에 노조 대표 참여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예정대로 27일 오전 5시에 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국방송 노조는 지난 19일 사장 선출과 관련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되는 사추위에 노조 대표 2명과 노조·이사회 협의 추천 외부 인사 1명 참여 △사장 후보 공개 검증 △평가 기준 점수화 △후보 추천 기준 공개 △사추위 제도화 등 5가지를 이사회에 요구했다. 애초 요구와 달리, 사추위에 과반수인 4명의 이사가 참여하는 것을 인정하는 양보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사회는 21일 회의에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회는 사추위 위원을 이사 4명과 외부인사 3명으로 구성하되, 외부인사는 사원 대표 추천 1명, 이사회 추천 1명, 사원 대표 ·이사회 협의 추천 1명으로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22일 회의를 열어 “사추위에 노조 대표 참여를 배제한 채 이사회가 사추위에서 추천하는 5배수의 후보 가운데 최종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사장에 앉히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어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반 정연주 사장’ 노선을 걸어온 노조는 이사회가 정 사장을 연임시키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국방송의 기자협회 지회 등 사내 15개 직능단체들도 공동성명서를 내어 “사추위원 7명 가운데 이사회 몫이 5.5명인데 그냥 이사회에서 결정하면 되지 뭐하러 사추위를 만드느냐”며 “이사회가 만들겠다는 사추위는 ‘들러리’나 ‘껍데기’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 7월 사추위 제도화 안건 등을 놓고 실시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 79.2%의 동의를 얻어 이번에 따로 찬반 투표는 하지 않고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업 이유로 내걸고 있는 사추위 구성 방식은 파업 대상이 될 수 없어 불법 파업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 노조가 파업을 하면 2000년 6월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파업 이후 6년만이다.
한편, 이사회는 “이사회의 고유 권한인 사장 후보 제청권을 일부 양보해 노조의 요구대로 사추위를 처음 구성한 만큼, 노조의 파업 결정과 상관없이 사추위 구성안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는 사장 후보를 26일까지 공개 모집한 뒤 사추위에서 5명의 후보를 뽑으면, 이 중 최종 후보를 선정해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할 예정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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