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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9 18:49 수정 : 2006.09.29 18:49

자본주의는 행복한가?

강화도 어느 귀농인의 집에서 저녁 술자리가 있었다. 방글라데시 사람 ‘롭’씨를 거기에서 만났다. 사실 내 성격상 남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지 못하니 그 사람과도 눈인사 인연으로 끝날 판이었다. 그런데 마침 우리 쪽에 의자가 모자라 그 사람 옆에 있는 빈 의자를 끌고와 앉을 요량으로 옆에 다가가 의자를 잡았다가, 그의 환영하는 눈빛과 말에 어쩔 수 없이 주저 앉고 말았다.

인사치레로 몇마디를 하다가 그가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라는 말을 듣고 불현듯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고 싶어졌다.

나 : 한국은 세계에서 제일 일 많이 하는 나라다. 힘들지 않은가?

롭 : 한국 사람들은 정말 일 많이 한다. 힘들어 죽겠다. 그리고 그렇게 일해서 월급 받아봐야 며칠 못가서 돈이 다 떨어진다. 먹고 살기 힘들다.

나: 방글라데시는 어떤가.


롭: 여기처럼 일 많이 하지 않는다. 그래도 먹고 살기가 힘들지는 않다.

롭씨는 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전공은 꾸란이었다고 하며 자꾸 담배를 피우고 술을 먹었다.

나 : 무슬림은 술과 담배를 금하지 않는가?

롭 : 그렇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술, 담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요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서 병원을 다니고 있다.

여기까지 얘기를 듣고 보니, 도대체 이 사람이 왜 한국에 와서 일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 : 일 많이 하고, 많이 해봐야 월급 적은, 그리고 스트레스 받아 술·담배 하고 결국 몸버리는 한국에 왜 왔는가?

롭 : 돈을 많이 벌려고 왔다. 여기서 몇 년 돈 벌면 방글라데시에 가선 6층짜리 건물을 세울 수 있다. 그 건물을 세 주고 평생 먹고 살 수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 굳이 한국에 와서 이 고생을 하는 까닭은 결국 큰 돈 벌어서 편하게 살고 싶다는 자본주의적 욕망 때문이었다. 그래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떻게 이런 자본주의적 욕망이 방글라데시 사람들까지 전염되었을까?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해답을 알아낼 수 있었다. 롭씨는 TV를 통해 어릴 때부터 미국의 만화와 영화를 보고 자랐다는 것이다. 결국 TV가 롭씨의 욕망을 부추긴 것이었다.

나 : 건물을 세 주고 평생 먹고 살면 행복할까? 할 일이 없으니 딴 맘을 품지 않을까? 예를 들어, 매춘, 도박, 마약 같은 쾌락을 찾아 돈을 쓰기 시작하지 않을까?

롭씨는 내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나 : 그래서 욕망을 버려야 한다. 더 이상 한국에서 고생하지 말고, 얼른 고향에 돌아가 결혼하고 부모 모시고 행복하게 살아라.

공장 사장과 직원들이 롭씨만 빼고 저녁을 먹으러 가서, 롭씨는 저녁을 굶었다고 한다. 그래서 라면을 끓여 저녁을 같이 먹었다. 롭씨는 현재 불법체류 중이라 한국인 여자와 위장결혼하는 것이 소원인 모양이다. 그래서 돈 500만원을 주면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것이 결코 그를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빈국,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방글라데시, 그런데 그들도 역시 자본주의의 세계에 빠지고 있는가? 자본주의는 행복한가?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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