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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와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이주노동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산업연수제 완전 철폐와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동안 한 이주노동자가 생각에 잠겨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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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산업연수생제때 인권침해 주범” 반발
정부선 “경험 활용…통합관리로 송출비리 줄어들 것”
내년 1월1일부터 산업연수생제가 폐지되고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 관련제도가 일원화된다. 그러나 정부가 부작용을 양산했던 산업연수생제 주관기관들을 고용허가제의 대행기관으로 다시 지정하려 해 시민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이익집단의 고용허가제 개입 반대 공동투쟁본부’(공투본)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방침 철회’를 촉구한 뒤 국무조정실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공투본 등이 중소기업중앙회·대한건설협회·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 등 산업연수생 추천기관이 고용허가제 운영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핵심 이유는 “이들 기관이 산업연수생제 아래서 벌어진 각종 송출비리와 인권침해를 저질렀고, 고용허가제 아래서도 시행착오와 부작용은 반복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산업연수생 인원의 70% 가량을 중소기업중앙회가, 나머지는 농협과 수협 등이 맡아왔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는 2004년 12월 네팔 연수생 286명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조금씩 바꿔 재입국시킨 사실이 경찰에 적발되는가 하면 연수생 송출수수료가 3천~1만달러로 규정보다 최대 4배 가량 높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리·감독엔 소홀하고 송출 이권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서 2001년 국감에서는 산업연수생 이탈방지용 보증금 등을 차량 구입비, 콘도 회원권, 직원 퇴직금 중간정산 등에 유용한 일도 밝혀졌다.
의무가입하도록 돼있는 연수생 상해보험 관리도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수생의 나이·성별에 따라 보험료가 1만9000~5만800원으로 차이가 나는데도, 중소기업중앙회는 한명당 30달러씩 일괄적으로 보험료를 받고 있다. 게다가 보험료를 내고 남은 돈을 분기별로 정산해 송출회사로 되돌려주던 것도 2003년 2분기부터는 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현재 보관하고 있는 보험료 잔액이 8천여만원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연수생 개개인별로 계산해 보험료를 받으려면 복잡하고, 환율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30달러씩 받고 있다”고 해명하지만, 수협 등 다른 연수생 추천기관에서는 개인별로 다른 보험료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탈 연수생의 강제적금도 돌려주지 않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한겨레〉 10월12일치 15면 참조)
정부는 사정이 이런데도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대행기관으로 지정하려는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산업연수생제를 담당한 단체의 노하우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동부가 대행기관들을 통합관리하기 때문에 이제까지와 달리 송출비리나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이권을 보전하겠다는 억지논리”라며 “사후관리비·수수료를 받아 국가가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안에서도 법무부는 지난해 7월 ‘고용허가제 일원화 방침’이 나온 뒤 용역보고서를 통해 고용허가제 취지에 맞는 새 통합 대행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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