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23 20:07
수정 : 2006.10.23 20:23
민간 대행기관 굳이 필요한가
산업연수생 추천기관도 참여?
내년 1월 외국인력 정책이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되는 가운데, 이 제도를 담당할 대행기관 지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산업연수생제와 병행해 실시된 고용허가제는 그동안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인력 도입·취업교육·사후관리 전반을 맡아왔다. 국무조정실은 중소기업중앙회 등 산업연수생 추천기관을 고용허가제에도 기업주 대행기관으로 참여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오는 11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대행기관 꼭 필요한가? =시민단체들은 대행기관의 필요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현모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고용허가제 관련 수요 조사도, 산업인력공단 업무 평가도 제대로 안 한 상태에서 민간 대행기관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그동안 송출국과 양해각서를 통해 정부가 직접 고용허가제를 운영하겠다고 해놓고 이를 뒤집는 것은 국제적인 신뢰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올 외국인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관련 업무를 산업인력공단 혼자 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한다. 강태옥 국무조정실 노동심의관은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복수의 대행기관이 필요하다”며 “송출국에서 인력을 도입하는 업무는 노동부 지도·감독 아래 산업인력공단이 도맡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산업연수생 추천기관이 들어가야 하나? =최기조 국무조정실 노동정책과장은 “산업연수생제를 통한 경험을 활용해 고용허가제를 원활히 운영하고, 고용허가제 자체를 반대하는 중소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자 회원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대행기관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송출수수료와 사후관리비를 실비 수준으로 낮추면 ‘사람 장사’를 하려는 단체는 자연스레 떨어져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우삼열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사무국장은 “중소기업중앙회는 2004년 국정감사에서 평균 조합 조직화율이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사용자 단체로서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우리는 10년 넘게 정부의 외국인력제도를 수행해 온 공익적 민간단체”라며 “송출회사 관리·감독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고용허가제 업무를 대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력·예산 부족? =정부는 인력·예산 부족을 이유로 산업인력공단 조직을 늘리거나 새로운 대행기관을 만드는 데 난색을 표한다. 실제 지난해 법무부가 용역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기관 설립을 주장했지만 예산 문제에 부딪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현재 산업연수생 업무를 맡은 인력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라며 “고용허가제 대행기관이 안 되면 이들을 모두 해고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외노협 등은 “기업이 대행기관에 내야 하는 사후관리비 대신, 고용분담금 형태로 세금을 걷으면 된다”며 “정 인력이 모자란다면 ‘경험 많은’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을 정부가 흡수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외국에선?=독일은 연방고용청을 중심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이 외국인력 도입 및 사후관리를 맡고 있다. 일본도 정부 4개 부처가 출자한 재단법인인 국제연수협력기구가 이 업무를 맡고 있다. 싱가포르·대만·홍콩에서는 민간 인력중개회사가 자유경쟁 체제 아래 외국인력을 도입하고 있다. 이들 나라 역시 이주 노동자와 고용주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사후관리 업무는 정부가 맡고 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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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행기관이란
산업연수생제에서는 해당국 송출회사를 통해 외국 인력을 도입하고, 송출회사의 한국지사가 사후관리를 하게 돼있다. 이 제도에선 연수생 추천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대한건설협회·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 등이 송출회사 선정부터 분쟁조정까지 전반적인 관리·운영을 맡았다. 반면, 고용허가제에서는 한국 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송출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송출인력 명단을 내면, 인력도입을 원하는 기업이 한국산업인력공단을 통해 외국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대행기관은 근로계약 체결과 입국대행, 취업교육, 분쟁조정 등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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