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29 18:55
수정 : 2006.10.29 18:55
정부 ‘유사노동자’ 개념 통할까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제3의 ‘유사 노동자(근로자)’라는 개념이 가능할까?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화물·덤프차 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새로운 개념인 ‘유사 노동자’로 보고 대책을 내놓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시도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5일 이 장관과 노동부는 ‘노동자’나 ‘자영업자’ 가운데 어느 쪽으로도 분류하기 어려운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보호하려면 새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유사 노동자’ 개념을 들고 나왔다. 유사 노동자란 서비스업의 발달이나 고용 형태의 다양화로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에 생긴 노동 형태라는 것이다.
이런 특수고용노동자 혹은 유사 노동자의 숫자는 90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노동계는 200여만명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으로 사용자에 종속돼 있는데도 노동법 상의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인적 종속성이 존재하지 않아 노동자로 볼 수 없지만, 경제적으로 종속돼 독립 영업자로도 보기 곤란한 자”라며 “독일에서는 노동법 상의 보호를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법적 지위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대법원은 이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해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반면 노동부는 학습지교사와 보험설계사, 경기보조원들의 노조에 설립 필증을 내줬다. 지난 2003년 9월 노사정위원회와 올 7월 노사정대표자회의 등에서도 이들 특수고용직의 보호대책을 논의하려 했으나, 노사정 갈등으로 매번 성과없이 논의가 중단됐다.
이 장관의 ‘유사 노동자’ 개념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노동자냐, 자영업자냐 하는 이분법으로만 생각해서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25일 내놓은 유사 노동자 보호방안엔 △산재보험 적용 △직업능력 개발 △불공정행위 처벌 △불공정 약관 시정 등이 포함돼 있다. 다음달 공청회를 거쳐 △모성 보호 △성적 괴롭힘 금지 △실업급여 적용 등도 2차 대책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다만, 노동부는 ‘노동 3권’만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절충안에 대해선 노사 모두 부정적이다. 경총은 “노동계를 의식한 대책이어서 불만”이라고 밝혔고, 양대 노총은 “경제법을 적용했을뿐더러 노동 3권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는 ‘유사 사용자’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11월15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엔 이들 ‘유사 노동자’들이 선봉에 서서 ‘노동 3권’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연 김규원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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