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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07 15:17 수정 : 2006.11.07 15:17

동성고 정문 앞에 모여 있는 이주노동자


북적거렸다. 낯설었다. 고생한 얼굴이었다. 옷매무새는 단정하지 않았고, 수염은 덥수룩했다. 어딘가 아파보였다.

11월 5일, 서울 동성고 정문 앞에는 이주 노동자들이 모여 있었다. 사회복지법인 '라파엘클리닉'이 작은 진료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1997년 4월 13일 첫 진료를 시작한 이 단체는 서울대 의과대학 가톨릭 학생회(CaSA)가 빈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료 진료소에 기반을 두고 있다. 97년 4월, 혜화동 성당 '백동관'에서 첫 진료를 시작했다.

이 단체에서 5년동안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최은주(23, 고대의대 본과 2학년)씨는 "마음이 아픈 이주 노동자가 많다. 이들이 느끼는 외로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라며 "고혈압과 당뇨 환자가 대다수이지만, 심리적 소외감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한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파엘 클리닉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 동성고(혜화역 1번 출구) 강당에서 진료를 시작한다. 큰 진료와 작은 진료로 나누어 진료하고 있다. 큰 진료는 서울대 의과대학 '카톨릭학생회', 작은 진료는 고대 의대 '카톨릭학생회'가 번갈아가며 맡고 있다. 작은 진료 과목은 내과, 큰 진료 과목은 내과를 포함하여 총 19개에 이른다. 최씨는 "고등학교 다닐 때 봉사를 시작했다. 사회적 소수 집단인 이주 노동자를 진료하면서 보람도 있지만, 마음이 아플 적도 많다"고 소회를 밝혔다.


접수를 받고 있는 봉사자

라파엘클리닉이 진료하는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97년 3,082명을 진료하였고, 2004년에는 10,000명을 돌파했다. 작년에는 다시 증가하여 11,903명을 기록했다. 국적은 조선족이 과반수를 넘고, 필리핀 15.5%, 방글라데시 5.6% 등 동남아 국적이 대부분이었다.

한 이주노동자 옆에 다가갔다. 자신은 조선족이라고 밝혔다. 클리닉을 찾은 이유를 물었다. 답변은 간단했다. "나는 뇌졸증환자다. 일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싶지만 돈이 없다. 이 곳에서는 무료로 진료한다. 회사에서는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월급을 주지 않을 경우도 많다. 열심히 일을 하면 임금을 받아야 함에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항의하지 못한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이주노동자가 겪는 현실"이라고 태연히 말했다. 침묵했다.

기다리는 이주노동자

라파엘 클리닉에서 봉사하는 인원 수는 의, 치대생을 포함하여 총 80여명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후원을 통해 진료하는 순수한 봉사 단체다. 매 주 진료가 가능하려면 월 1,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약품비 확보가 관건이라고 라파엘측은 밝히고 있다.

최은주씨는 "소식지를 제외한 기타 홍보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돈이 없고 이주 노동자라는 이유로 치료 받지 못하는 환자를 돌보는 게 내가 할 일"이라며 "이 땅에 아픔이 사라졌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아름다움을 전했다.

바람은 거세게 불었다. 동성고 강당 안에는 아름다움이 싹트고 있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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