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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 ‘교사 해직’ 반대농성 퇴학당한 최종락씨. 지금은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새로 출범할 집행부에 대해 선거 공보까지 찾아볼 정도로 전교조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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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 ‘교사 해직’ 반대농성 퇴학당한 최종락씨 쓴소리
“전교조가 공교육 정상화나 사립학교법 재개정 반대를 걸고 연가투쟁을 하면 어떨까요? 아마 훨씬 많은 시민들이 지지하지 않을까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출범하던 1989년, 당시 고교 3학년이던 최종락(35·회사원)씨는 학생들이 굉장히 좋아했던 교사 4명이 해직되자, 집회를 열고 농성을 하는 등 거세게 항의하다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이 때문에 대학도 가지 못했다. 그는 “아쉬운 것은 없다”며 “전교조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시장 논리로 양극화돼 가는 우리 교육을 바로잡는 데 큰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보험들듯 가입 교사 많아17년 역사·조합원 9만명
제역할 다 못한것은 문제 하지만 최씨는 최근의 전교조를 보면 안타까운 면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문제를 풀기 위해 권력과 싸워야 하고, 필요하면 연가투쟁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지옥 같은 입시제도를 바꾸거나, 사학법 재개정을 막기 위해서도 연가투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를 학교에 끌어들이는 게 중요한데 전교조는 그 점에서 소홀한 것 같다”며 “이것만 제대로 됐다면 교원평가도 두려울 게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의 역사가 17년이나 됐고, 조합원도 9만명에 가까운데도 우리 교육 현장이 과거에 비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전교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 학생회장에 출마하려다 성적 제한에 걸려 포기했다는 최씨는 “학교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던 때 전교조가 출범했고, 이때 들었던 ‘참교육’ 이념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전교조 교사들을 만나보면 학내 민주화나 참교육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특히 젊은 조합원들은 전교조가 어떻게 창립되고 이어져 왔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교조가 대중화되면서 보험 들듯 가입하는 조합원이나 관망하는 조합원, 대학 때의 정파적 입장을 고수하는 조합원도 적지 않게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교원평가 반대에 몰두 말고
사학법 재개정 반대 등
필요땐 연가투쟁이라도 해야 최씨는 이런 현상을 ‘시대의 변화’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전교조는 일반 회사 노조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는 “일반 노조야 생산을 잘 하고 임금을 많이 받는 게 목적이 될 수 있겠지만, 전교조는 사람을 교육하고 키워내는 일을 하는만큼 교육 제도의 모순 등을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 돼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씨는 새로 출범할 집행부에 대해서도 선거 공보까지 찾아볼 정도로 관심이 많다. 그는 “여론도 좋지 않은데 교원평가 반대에만 몰두했던 현 집행부의 잘못을 보완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기대가 된다”면서도 “교육의 변화는 결국 정치를 통해 이뤄지는 것인데 너무 현실적으로 타협 위주로만 가면 이도저도 안 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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