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도덕성 치명타, 현 위원장도 자유롭지 못해
국내 노동운동의 '메카'로 자임하면서 불법파업을 일삼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전임 위원장이 임단협 도중 회사로부터 '협상협조'를 전제로 거액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노조의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16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헌구 전 노조위원장(2001.9∼2003.12)이 노조 집행부를 이끌던 당시 현 박유기 노조위원장이 노조 핵심 간부인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이에 따라 성과금 차등지급 문제를 불법파업으로 이끌고 있는 박 위원장도 이헌구씨 구속영장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으며, 지난 해 말 불거진 현 집행부 노조 총무실장의 구속(납품비리)에 이어 결정타를 입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 핵심 세력으로 국내 과격 노동운동을 주도해 왔으나 지난 2005년 노조간부 취업비리(8명 구속, 12명 불구속) 사태와 지난해 현 집행부 간부의 납품비리에 이어 비록 전임이지만 노조위원장의 금품수수 혐의까지 드러나 노동계 내 입지가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위원장이 임단협을 하면서 조합원들에게 파업지침을 내려놓고 뒤에서 회사로부터 "협조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는 노조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치명적 타격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헌구씨는 2002년 임금협상을 하면서 13일간 파업했고 2003년에는 6월 말∼8월 초 임단협을 하면서 25일간 파업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회사는 자동차 10만4천900여대, 1조3천100억원의 생산손실을 봤으며 ,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현대차 노조 위원장이나 핵심 간부들이 임단협 등과 관련해 회사로부터 이른바 '노무관리' 차원의 대가성 금품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은 수 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난 2005년 울산지검이 노조간부의 취업비리를 수사할 당시 이같은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돼 검찰이 이헌구 전 위원장은 물론 현 박유기 노조위원장까지 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하는 등 수사를 벌였으나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다만 이헌구씨가 일부 취업 희망자들의 입사를 돕기 위해 입사추천서를 써준 것만 확인됐다. 당시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씨는 검찰의 취업비리 수사가 자신이 현대차 노조 집행부를 이끌던 때에 초점이 맞춰져 강도 높게 진행되자 "더 이상의 의혹이나 비리는 없다"며 "혐의가 있었으면 나를 구속했겠지만 나는 당당하다"고 '큰소리'를 쳤다. 검찰에서도 취업비리를 저지른 노조 전.현직 간부 등 금품수수자 20여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하고 "회사 임직원과 노조간부들과의 금품수수 여부는 당사자들이 극구 부인하고 있다"며 일단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그러나 "노사 임단협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수사를 종결하지만 제기된 (노무관리 금품수수 등) 추가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사단서가 확보되는 대로 향후 수사하겠다"고 밝혀 일부 단서가 포착됐음을 시사했다. 결국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현대자동차 노조의 이번 성과금 차등지급 관련 불법파업 사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유기 현 노조위원장이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파업동력이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이 이헌구 집행부 당시 핵심 간부였기 때문에 노조 내부에서 일반 조합원과 현장 노동조직들의 비난이 들끓을 것이고 이번 불법파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울산시민과 국민도 도덕성이 없는 노조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노동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헌구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 시점에 전격 청구한 것은 성과금 투쟁을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한 힘 빼기가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진발 기자 sjb@yna.co.kr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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