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보안 속 협상, 손배소 취하 여부 막판 진통
현대자동차 노사가 성과금 분규를 타결하기 위해 16일 오전 10시 첫 만남을 가진 후 타결한 17일 오후 5시까지 31시간의 긴박했던 상황을 되짚어 본다. 현대차 윤여철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이 지난 16일 오전 가진 첫 대화에서 실무회의와 노사대표자 회의를 병행해 진행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곧바로 오후 4시께 첫 협상테이블인 실무자회의가 마련됐다. 그러나 노조는 "연말 성과금 50%의 추가지급"을 요구하고 회사는 "대화를 위해 파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다. 수 차례 정회를 거듭한 끝에 노사는 이날 지난 해 연말 지급하지 않은 성과금 50%를 회사 측이 지급하고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차 회사 측은 지난 해 말 노조의 정치파업과 성과금 사태로 발생한 생산차질을 만회하는 조건을 내 세웠다. 또 손배소 취하 및 성과금 지급 시기에 대해 노사가 이견을 보여 17일 오전 박유기 노조위원장과 윤여철 사장이 직접 만나 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후 11시가 넘어 실무회의를 마칠 때까지만 해도 노사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는 첫 노사간 대화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서로 입장차 만 확인했다고 밝히는 등 '보안'에 상당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하지만 자정을 넘기며 회사와 노조 내외의 소식통들로부터 "노사 간에 성과금 지급 및 파업 중단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지급 시기와 조건 등을 조율하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어 협상테이블 마련 이틀째인 17일 오전에는 윤 사장과 박 위원장이 만나 성과금 지급시기와 회사 측의 노조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여부 등을 논의했지만 상호 접점을 찾는데 난항을 겪었다. 현대차 노사의 이날 협상은 언론의 취재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극비리에 진행하는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본관 출입문을 지키던 경비업체 직원들은 윤 사장과 박 위원장이 막바지 담판을 벌이던 시각 취재기자들의 본관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기도 했다. 한편 한 시간 반 가량의 오전 협상을 마치고 오전 10시30분께 울산공장 본관 앞 파업집회에서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회사와 완전히 합의한 내용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며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 오늘 오후까지의 협상결과를 놓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후 진행된 노사간 대화에서 현대차 노사는 미지급된 50%의 성과금을 격려금 조로 조건부 지급하고 노조는 시무식 폭력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 발표와 함께 파업을 중단하기로 전격 합의했으나 노조 간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 문제로 협상이 깨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막판 진통이 계속됐다. 노조는 오후 긴급 소집한 중앙쟁대위에서 성과금의 조건부 지급만을 우선 추인하고 손배소 취하 문제는 추후로 미룰 것인 지, 취하 약속까지 받아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으나 간부들 사이에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하지만 오후 4시가 넘어 격려금 50% 조건부 지급, 파업 중단, 손배소를 취하하지 않는 안이 최종 추인돼 오후 5시께 노사대표가 만나 합의서에 서명했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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