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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18 16:51 수정 : 2007.01.19 11:22

16일 울산시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노조 간부들이 지난해말 성과급 삭감 통보 뒤 경영진과의 첫 협상을 마친 뒤 노조 사무실로 돌아가는 모습이 볼록거울에 비쳤다. 울산/연합뉴스

기업인사담당자 71% ‘성과급 투명하지 않다’
성과반영 객관적 자료확보 난관 등 이유로
현대차 경우 고정급처럼 주던 성과급 ‘갑자기’ “성과대로 주자”에 반발

외환위기 이후 많은 한국기업들이 도입한 성과배분제도가 ‘무늬만 성과급’으로 변질돼 운영되고 있다. 회사가 직원들과 공유할 목표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경영성과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산출되야 할 성과급이 일부기업에서는 사실상 고정급인 ‘협약임금’으로 인식돼, 최근 현대차 사태 같은 노사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7일 <한겨레>와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기업 인사담당자 1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1.3%(97개사)가 ‘한국사회의 성과급(성과배분) 지급문화가 투명하지 않다’고 답했다. 투명하지 않은 이유로는 △성과측정 객관적 자료확보 어려움 △연공서열 등을 배려해는 특유의 정서 △노사간 신뢰의 부족 등이 꼽혔다.

성과배분제를 도입한 기업 84개사에 지급방식을 물은 결과, ‘경영실적을 계량화해서 준다’는 응답은 28.6%에 그친 반면, ‘경영실적과 사원 사기진작을 함께 고려한다’는 응답은 56.0%에 이르렀다. ‘실적과 무관하게 노사합의나 경영자 약속에 따라 준다’는 응답도 13.1%나 됐다. 또 ‘실제지급액이 언론 등 외부발표 내용과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22.6%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47.6%는 ‘동종업체 또는 협력회사에 그런 관행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 이유로는 △선망·비난하는 외부의 시선 △경영사정이 노출될 우려 △다음해 협상력을 올리려는 회사쪽의 전략 등이 꼽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사가 성과급 지급액수를 놓고 다투는 대규모 사업장들이 적지 않다. 이들 기업들에서 성과급은 성과목표치 달성여부에 따라 지급되는 게 아니라, 노사간 임금협상에 따라 고정되는 경향이 강한 셈이다.


한라공조 연말실적 바탕 ‘성과급’ 협상
만도기계 사측 목표달성과 무관, 매년 10% 선에서 성과급 지급

성과급제 관련 설문조사
실제로 한라공조 노조는 회사의 경영목표 설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말 실적에 바탕해 성과급 협상을 마쳤다. 노조는 성과급이 지난해 순익규모 등을 따져 월평균임금의 200%를 받아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협상을 벌였었다. 만도의 경우도 사측의 상정목표에 달성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노사협상을 통해 매년 월평균임금의 10% 선에서 성과급을 지급한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도 애초 성과배분제도 도입 때 영업이익 등 성과측정 목표를 노사간에 합의했지만, 2002년부터 매년 노사협상으로 성과급 규모가 달라졌다. 만도 노동조합 관계자는 “2001년 대기업노조의 임금에 대한 언론들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적정선의 임금인상 타결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노-사 모두 외부 시선에 대한 부담을 덜고 적정임금 수준을 찾는 방식으로 성과급을 운영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과급이 실제 성과에 연동되는 게 아니라 ‘노사협상의 대상’으로 바뀐 이유와 관련해,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성과급을 과거 고정급처럼 운영되던 특별상여금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근로자들의 문화가 있고 △회사쪽에선 노조를 성과목표 등을 함께 세우는 경영의 파트너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데다 △노조는 성과산정의 기준이 될 회사 쪽 자료를 불신한다는 점 등을 꼽는다.

노동연구원 김동배 박사는 “최근 현대차 사태의 경우도 노사간 협상의 대상이었던 성과급을 경영자 쪽에서 ‘갑자기’ 성과대로 집행하자는 식의 태도를 보인 데 큰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연구원의 조성재 박사는 “현대차 노조가 성과급 50%를 놓고 다툰 것은, 매년 고정급처럼 주던 성과급을 안 주겠다는 회사의 신의성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성과배분의 원칙을 놓고 보면, 노동생산성이나 순이익 같은 객관적 지표가 아니라 단순한 생산량을 기준으로 성과급 여부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박우성 경희대 교수(경제학)도 “비정규직 같은 사회적 문제는 제대로 제기하지 못하면서 성과급을 두고 다투는 모양새를 보이는 현대차 노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노사간 신뢰도 쌓고 일자리 안정성도 높이자는 성과배분제 본래의 취지를 볼 때, 성과급 규모를 놓고 노조가 반발하는 것 자체가 회사 쪽의 성과급제도 운영이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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