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6 17:35
수정 : 2005.03.16 17:35
위기의 민주노총 <중>
[3판] 최근 민주노총에 쏟아지는 비판 여론은 조직 내부의 의견 대립을 내부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외부에까지 폭력적 형태로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노동운동이 존립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회적 교섭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최근 상황은 민주노총의 존립 근거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민주노총을 위기로 몰아가는 격렬한 내부 갈등은 겉으로는 노사정 대화 참여에 대한 찬반 대립 모양을 띠고 있다. 그러나 조금 더 들어가면 노동계 현안의 해법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부터 집행부에 대한 불신, 내부의 주도권 싸움에 걸친 복합적 요소가 겹쳐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내부 갈등은 우선 정부와 자본 쪽의 노동 유연화 공세 대처 방법에 대한 이견에서 비롯된다. 집행부는 현재 노동계 역량으로 볼 때 총파업으로는 막아내기 어려우니 교섭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어내며 큰 싸움을 위한 힘을 쌓자는 쪽이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교섭으로는 얻어낼 것이 없고 이용만 당하게 되니 어렵더라도 총파업 조직에 총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이수봉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선언식 총파업을 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게 해마다 한두차례씩 해 온 총파업에서 얻은 교훈”이라며 “무조건 총파업을 선언하기보다 총파업이 가능한 조건을 만드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교섭 반대세력들이 노사정 대화에 대해 보이는 극도의 거부감은 과거의 경험과 미래에 대한 의심에 근거를 둔다. 지금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정리해고와 파견제가 바로 1998년 현 이수호 집행부와 같은 계열의 민주노총 집행부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 합의해 준 결과라는 점을 들어 현 집행부의 노사정 대화 참여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이런 반대에 민주노총의 장래를 생각하는 ‘순수한 충정’만이 아니라 지도부를 흔들려는 ‘불순한 동기’도 섞였다고 보고 있다.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지난해 2월 집행부 출범 뒤 3월3일 중앙위원회를 처음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이 지도부를 믿지 못한다’는 발언이 나왔다”며 “사업도 하기 전에 인정을 하지 않고, 회의만 하면 언제나 불신한다”고 토로했다.
결국 최근 집행부가 추진하는 사회적 교섭에 대한 반대가 갑작스런 것이 아니라 일부 세력들의 현 집행부에 대한 견제가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다. 15일 대의원대회가 무산된 뒤 이수호 위원장이 이날 대회에 상정하려던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안건을 철회하고 위원장의 강력한 지도·집행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센터 소장은 “이번 위기는 이수호 집행부의 신념과 노선을 실현할 수 있는 조직 개편이 안 된 것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며 “소수에 의해 민주적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는 것은 집행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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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노투 “사회적 합의는 노동자에 책임전가” 규정
세차례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유회시키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한 단체로 ‘사회적 합의주의·노사정 담합 분쇄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가 공식명칭이다.
지난해 8월 중순 당시 파업중이던 경북 구미 코오롱노조에서 노동조합과 현장조직 활동가·해고자·노동사회단체 활동가 등 60여명이 모여 결성한 연합단체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뿐 아니라 정치조직 활동가와 학생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합의주의는 경기침체를 노동자의 책임으로 돌리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민주노조운동을 포섭하려는 전략에서 등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사정 대화는 사회적 합의주의를 관철시키려는 매개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해고노동자인 조돈희씨가 상황실장을 맡고 있으며, 노동자 정치신문, 노동자의 힘, 노동해방학생연대,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회주의노동자신문(준), 사회주의정치연합(준), 서울경인지역 평등노조, 전국대학생공동행동, 전국철거민연합, 평등연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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