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ㆍ산별노조ㆍ내부통합 등 과제 산적
사회적 대화ㆍ도덕성 회복도 숙제
민주노총 새 위원장으로 27일 선출된 이석행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임기 3년 동안 민노총 안팎에 놓여있는 각종 난제들을 헤치고 나가야 한다.
이 위원장은 내부적으로는 강경파와 온건파의 조화를 통한 내부통합을 이뤄야 하고 잇따른 비리 사건으로 추락한 도덕성을 회복할 수 있는 조직 혁신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외부적으로는 산별노조 체제 구축과 비정규직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고 사회적 대화 등으로 국민 정서와 괴리된 민주노총의 운동노선에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다.
온건파인 이석행 위원장이 당선됨으로써 비정규직법과 노사관계 로드맵 등을 놓고 경색된 노사정간 관계 복원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온건파 당선으로 노사정 관계 청신호 = 온건파인 이 위원장이 당선됨으로써 일단 노사정 관계 전체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말 비정규직법과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전후로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투쟁과 대화 병행을 주장하는 국민파(온건파) 계열의 이 위원장은 취임 후 일정한 계기가 만들어진다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노정간 대화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 위원장은 비정규직법 등을 놓고 민노총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국노총과의 관계 복원에도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양노총간 공조도 사안별로 가능할 것으로 노동계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김성중 노동부 차관은 "이 위원장에게 우선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부는 언제든 대화할 용의가 있으므로 이 위원장이 정부와 긴밀한 대화를 통해 비정규직법 등의 후속조치에 대해 논의했으면 한다"며 "이 위원장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노동운동을 펼쳐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산별노조ㆍ비정규직 `당면 과제' = 이 위원장은 당선의 기쁨을 누릴 시간적 여유도 없이 당장 산별노조 체제 구축과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라는 당면 현안에 매달려야 할 처지다. 노동계는 노조조직률 하락 등으로 인해 현행 기업별노조 구도로는 더이상 투쟁동력을 모을 수 없다고 보고 동일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하나로 묶어 임금인상 문제 등에 대해 사업주들을 상대로 공동교섭을 벌이는 조직 형태인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경우 현대차노조 등이 포함된 금속연맹 산하 34개 노조가 단일노조로는 국내 최대인 금속산별노조(14만4천명)로 전환하는 등 78%의 산별노조 전환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노총도 현재 16.2% 수준인 산별노조 전환율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50%대 초반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경영계는 산별노조 체제가 구축되면 이중교섭 등으로 교섭비용이 대폭 늘어나고 노동계가 경제외적인 정치, 사회 이슈에도 개입해 파업을 남발할 우려가 있다며 산별교섭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민주노총의 새 지도부는 조직 내부적으로도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산별교섭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경영계를 산별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대책도 제시해야 한다. 새 지도부는 또 비정규직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운동 방향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노조 등 대기업노조들이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그들만의 노동운동을 벌이고 있고 `비정규직의 최대 적은 정부도 사측도 아닌 대기업의 정규직 노조'라는 비판을 불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민주노총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으려면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일반 국민에게 다가설 수 있는 방향으로 진로수정을 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이 현재의 노선대로 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내부통합과 도덕성 회복 등 조직혁신도 `숙제' = 노조내부의 잇따른 비리 사건으로 추락할 대로 추락한 도덕성을 조속히 회복하는 것도 새 지도부의 과제다. 민주노총은 2005년 산하 노조인 기아차노조와 현대차노조의 채용비리,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연루 등으로 도덕성이 크게 훼손됐고 그 이후에도 쌍용차노조 간부의 급식비리, 현대차노조의 기념품 납품비리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 지도부는 또 강경파와 온건파간 첨예한 노선갈등으로 사분오열된 조직내부를 정비해야하는 큰 숙제도 해결해야 한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지난해 수시로 총파업을 벌였지만 참가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파업동력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해 말 "선거철이 되면 그 알량한 권력을 잡기 위해 `동네 개'만도 못한 짝짓기를 서슴지 않았으며 표 구걸을 위해 대기업 노조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도 창피한 줄도 몰랐다"며 현 노동계의 분열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현영복 기자 youngbo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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